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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 “‘법의 입구’부터 불명확, 중처법 위헌소송 이미 예견됐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초청강연
중대재해처벌법 헌재 위헌소송 ‘예견된 것’
“명확성 원칙 등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반 가능성 높아”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에 대한 규정 등 법률의 모호성 때문에 위헌 여부를 가를 심판대에 오른 가운데 명확성의 원칙 등을 위반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 법이 시행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최대한 안전보건 조치를 취하고 경영책임자 뿐 아니라 현장 관리자 등을 포함해 회사 전체가 문제를 인식하고 법률상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초청강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소송 제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명확성의 원칙, 과잉규제 금지, 책임주의, 비례원칙 등의 위반 소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실무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강연을 한 정진우 교수는 “법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의무주체인 ‘경영책임자’를 규정한 부분 등 불명확한 내용이 많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선한 준법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다른 법과 중복되거나 충돌되는 부분이 많고 사업자 입장에선 스스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며 “경영책임자 개념부터 법 규정과 집행기관인 고용노동부의 해석이 다소 다르다”고 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법 시행 이후 처음 기소된 두성산업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 규정이 불명확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책임 부담이 커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에어컨 부품 제조회사인 두성산업은 지난 2~3월 유해 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포름) 급성 중독으로 직원 16명이 독성간염에 걸려 기소됐다. 유해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사업장에 국소배기장치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혐의다.

회사 측은 법에서 규정하는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진우 교수는 “법은 사회적 비난가능성에 비례해 처벌수준이 결정돼야 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동일 내용이 있고 이를 가지고 산안법보다 더 강하게 처벌한다”며 “상대적으로 보호필요성이 적은, 산안법에서도 담지 않은 노동자까지 포함하면서 처벌은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최대 징역 30년)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보다 형량이 높아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 교수는 “전체적으론 헌법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대다수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문은 몇 개 되지 않지만 곳곳에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성을 상실한 부분들이 곳곳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일지 별도의 안전책임자인지 등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교수는 “법의 예측가능성,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원·하청 관계에서도 사업장 소유 및 관리 여부에 따라 의무·책임주체를 정하다 보니 원청과 하청에 모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무 주체를 대기업, 도급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위험을 관리하는 하청이 의무주체에서 빠져있고 자칫 뒷짐을 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원청도 작업방법이나 관리 등을 재해 원인으로 주장할 수 있어 법 자체가 안전보건의무 위반과 사망간 상관관계가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칫 이 법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요란하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매우 사소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계는 법안의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으며 정부는 시행령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중대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오히려 적용 사업장 범위를 확대하는 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달 이 포럼에서 “노사 양쪽에서 상충되는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고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해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뿐 아니라 산안법, 형법 등에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경영책임자는 물론 관리감독자들까지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의무 주체가 경영책임자로만 한정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관리감독자들도 공범이나 방조범 등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어 중대재해처벌법만 바라보지말고 형법상의 의무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집행기관이 중대재해 관련 조사시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4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에 대해 “4조가 위험성 평가 여부 준수에 대한 의무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경영책임자 결재를 통해 여러 의무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기소 등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초동 단계에서부터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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