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으로 시장이 왜곡되면 국가가 당연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총대를 멘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플랫폼기업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플랫폼사업자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업종으로 진출할 때 생기는 경쟁 제한 효과를 더 엄격하게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현행 기준으로는 인수 대상 기업의 매출액이 300억원 미만이면 공정위의 결합심사를 받지 않는 맹점 탓에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이 가능했다고 보고, 당장의 매출액보다는 서비스 가입자 수, 트래픽(데이터 양) 등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서비스처럼 국민의 의존도가 높은 기술과 서비스는 그에 상응하는 공적 책임 또한 높아야 한다. 카카오는 M&A 전략을 통해 돈 되는 사업에 전방위로 뛰어들면서 데이터센터 이원화 등 기본적인 투자에 소홀했고, 그 피해는 전 국민에 전가됐다. 이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집중 투자하고 재난 대비훈련도 철저히 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래서 민간 온라인통신사업자일지라도 일정 규모를 넘으면 국가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재해복구 설비를 갖추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다. 일상의 대화는 물론 교통·금융·쇼핑·공공서비스 등 모든 생활경제의 매개체인 카카오톡은 국가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를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로 보고 기업결합 등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은 번짓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재난에 대비한 기업의 책임방기가 문제의 핵심인데 이를 독과점 폐해로 뭉뚱그려 규제의 빌미로 삼는 것은 자율과 혁신을 먹고 자라는 플랫폼경제에 크나큰 독이 될 수 있다. 국민편익을 획기적으로 높여 시장의 선택으로 커온 플랫폼을 덩치가 커졌다는 이유로 규제하면 국내 IT 플랫폼은 절대 글로벌 빅테크로 클 수 없고, 다른 나라처럼 구글, 아마존 등에 다 먹힐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카카오 같은 국민기업은 어차피 시장의 규제를 받게 돼 있다. 꽃배달, 주차 등의 서비스가 골목상권 침입 논란으로 좌초된 게 대표적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플랫폼은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카카오의 대안 서비스가 나올 수 있게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이번 먹통 사태로 텔레그램, 라인 등의 대체재가 부각된 것처럼 혁신경쟁을 하는 좋은 경쟁자가 많으면 국민편익도 훨씬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