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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 맺힌 솔숲길 선비처럼...그 삶을 거닐다, 새기다
살아보기 생활관광 ‘함양 온(On)데이’
버선발로 손님 맞는 함양 로컬푸드 건강식
산삼잎 한 잎 깨물고 돌아오는 남계한옥
미스터션샤인·연모 등 촬영지 개평한옥마을
계곡 옆 정자·530년 전통 솔송주로 빚는
선비문화탐방로서 삶을 논함은 어떠한가
함양 선비문화탐방로 화림동 거연정

이 보다 더 좋은 여행이 있을까.

남으로는 지리산, 북으론 무진장 청정 덕유, 동으로는 거창-산청 건강·녹색지대로 둘러싸여 모든 매력을 수렴한 함양(咸陽)은 다 함, 볕 양, 온통 햇살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계서원, 청정 옥수의 계곡과 폭포, 100개의 정자와 누각, 양반촌 개평마을을 가진 선비와 풍류, 미식 고을이다.

이곳의 살아보기 생활관광 ‘함양 온(On)데이’는 인문, 자연 두 축의 여행 수레바퀴가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인생 여로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긴다.

▶세계유산 남계서원 아침이슬 솔숲길=남계서원 옆 고택스테이에서 아침 새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싱그러운 아침 이슬이 풀잎에 초롱초롱 맺힌 솔숲길을 옛 선비 아침산책 하듯 걸은 다음, 인근 일로당 한옥스테이 식당에서 건강 로컬푸드로 정성스럽게 만든 건강미식으로 조반을 한다. 양기영 일로당장이 버선발로 손님들을 맞는다.

들깨 호박잎국 맛 때문에라도 지리산을 못 넘고 다시 함양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음식이 참 맛있다고들 했다. 조정래가 저수령을 넘지 못한 이유와 비슷하다.

국내 최고의 기전 중 하나인 국수전 대국장은 개평마을 노참판댁 마루이다. 후손인 국수 노사초는 일제시대 동아시아를 평정한, 요즘으로 치면 알파고와 커제를 이긴 이세돌 급이다. 참판댁, 국수의 집 답지 않게 단촐한 집 마당에서 붉은 고추가 가을 햇살을 받고 있었고, 옷소매를 당기며 목이라도 축이고 가라는 종부(고추장 선생님)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

선비문화탐방로 동호정에서 지역의 명창, 함양군 국악협회 진막순 지부장이 부르는 국악을 들으니 흥이 나고, 따라 배우기 까지 하니 흥이 더 난다.

지리산 태고재의 열정 넘치는 주인장 한혜정 셰프가 함양 미식 하나하나를 다 설명해주는 점심 식사는 하나의 음식 인문학이다.

▶함양서 “심 봤다”, “심 먹었다”=자연속 보물찾기 산삼(산양삼)캐기에서 얻은 산삼을 한잎에 깨물어 먹거나, 보온 박스에 담아, 남계한옥스테이로 귀가한다. 한국관광공사가 함양군과 협력해 국민의 위해 마련해준 함양 온데이 고택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던 로망의 내 집이 되어버렸다.

밤에는 문화재청·한국문화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문화유산 방문캠페인’ 남계서원 미디어 파사드가 열려, 여행자의 마음을 K-헤리티지로 웅장하게 만든다. 청량한 대기가 흐르는 누마루에 앉으니 함양의 잠 못드는 밤에 별이 빛난다. 내일은 또 ‘함양 ON온데이’가 어떤 매력을 안겨줄지 두근두근 투마로우.

한국관광공사가 제대로 된 살아보기 프로그램 ‘생활관광’을 런칭한지 1년 만에, 함양 등 한국형 ‘살아보기’ 콘텐츠들은 단언컨대, 지구촌의 숱한 동종 여행 중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관광공사 김성훈 국민관광실장은 “코로나를 거치며 호젓한 생태 속 인문학이 뜨면서, 지역의 주민협의체, 관광두레, DMO 등이 지자체, 문체부, 관광공사의 조언과 지원 속에 치밀한 팀워크를 발휘하며 훌륭한 생활관광 ‘살아보기’ 프로그램 15개 테마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개평마을 일두고택 사랑채-안채 가는길

▶개평(介坪) 미스터·미즈 선샤인(陽)=지곡면의 개평한옥마을은 조광조·이황 등과 함께 성리학 5현으로 불리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과 오담고택, 하동정씨고가, 노참판댁고가 등 60여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선비촌을 형성한 곳이다.

일두고택 솟을대문 앞에서면 다섯명의 효자와 충신 난 곳임을 왕이 인증한 5개의 정려가 걸려있다. 이어 사랑채, 안채, 곳간, 별당, 사당 등이 자리한다. 사랑채 벽에 忠孝節義(충효절의) 네 글자가 글자 당 문짝 보다 크게 적혀있어 보는 이의 뇌리에 확 박힌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들어가는 문앞에 꽃나무가 반기는 것은 남녀를 이어주는 길목이기 때문이리라. 고택의 곳곳은 모두 포토존이다. 그래서 토지, 다모, 미스터션샤인, 연모 등 드라마를 촬영했다.

이 마을은 530년 전통의 가양주인 지리산 솔송주(솔잎술)가 유명하다. 정종의 손녀이자 일두 선생의 부인이 창안한 주조 비법으로, 이를 전수받은 박흥선 명인인 찾아오는 여행자들 한 잔 권하고 귀한 비법을 가르쳐준다. 송순(松筍)이 중요한데, 생명력이 최고인 늦봄에 채취한다. 솔송주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때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주로 쓰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함양 남계서원 미디어파사드

▶풍류·풍악·여울 선비문화탐방로 3중주=함양 선비문화탐방로는 청정 계곡, 탁족, 정자, 시문 풍류, 조선 룸펜인텔리겐챠의 인문학토론, 더불어 함께사는 대동 결의, 걷기여행, 솔송주 파티, 흥과 풍악, 썸, 데이트, 배움 등 살아보기 여행의 종합 예술판이다.

6㎞ 계곡 옆길 울창한 나무 사이로 청정옥수가 언듯언듯 보이다, 나무 없는 곳에선 어김없이 너른 반석과 개천변 정자가 세워져 있다. 농월정터-동호정-군자정-거연정 등 ‘팔담팔정(八潭八亭)’이 선비문화탐방로의 계곡옆 대표 정자들이다.

함양의 100여개 정자와 누각은 선비들이 학문을 논하거나 한양 가는 길에 주먹밥을 먹으며 머물렀던 곳이다. 서하면 화림동계곡은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어, 선비들에겐 만남의 광장이다. 생활관광에 참여한 여행자는 동호정에서 국악공연을 즐기고 따라 배운다. 국악과 물소리, 여행자의 재잘거림 3중주가 정겹다.

정여창 선생을 추모하고 유학교육을 위해 1552년 지어진 남계서원 입구 풍영루에 오르면, 강당, 동재, 서재, 경판고(장판각) 등이 경사진 곳에 도열해 있는 질서의 미학을 감상한다. 여행자는 의관을 정제하고 제향 체험을 하면서 급 조신해진다.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됐다.

상림공원 연꽃습지

▶지구촌 예쁜 수련 다 모인 상림=남계서원 서쪽에 있는 상림은 신라 최치원선생의 지휘 속에 조성된 인공림-인공습지이다. 홍수방지를 위해 둑을 쌓아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 조성했다. 1200년전 지혜를 발휘한 역사(役事)인데, 아직도 숲과 습지가 조화롭게, 별 탈없이 유지되고 있다.

울울창창 숲 옆 습지엔 우리의 전통 수련 외에 호주수련, 빅토리아 수련, 핑크레오파드스, 불스아이 등 지구촌 습지식물이 다 모였다. 습지 사이 구름다리와 돌길은 2030세대 커플의 포토포인트이다. 최치원 선생도 동구(동이 9족),삼한(三韓)에 없는 식물로 더욱 다채롭게 꾸며진 모습에 흐뭇해 하리라.

국내 최고 함양 민물장어로 배를 채우고 함양의 숱한 꽃잎을 말려 이를 화폭에 붙이는 압화 체험을 한 다음, 지리-덕유산 사이 산삼농원의 산양삼 캐기 체험과 뿌리 채 씹어먹기를 마치면, 마음은 우아해지고 몸은 힘이 솟는 듯 하다. ‘함양의 이 매력들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회한은 함양에 밤별들이 쏟아지자 금새 감동으로 변한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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