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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다윗을 키우자]인벤티지랩 “‘장기지속 주사제’로 탈모주사도 월 1회로 OK”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의 도전
업계 최초 미세유체공학 기술 약물투입에 적용
1개월 지속 탈모치료제, 호주 임상 1상 성공적
내달 코스닥 상장 “심어 놓은 씨앗들 결실 차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신약개발과 상용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수 년 간 수 천억원을 들여 신약개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기전의 약이 개발됐더라도 실제 환자가 그 약을 잘 복용해야만 치료효과가 나온다.

임상시험 상황에서는 의료진의 철저한 모니터링 속에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하지만 실제 약이 허가를 거쳐 실제 처방된 뒤에는 사뭇 다르다. 환자는 약을 제 때 복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제약사들이 '복약순응도'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제형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이렇게 개발된 다양한 제형 중 '장기지속형 주사제(LAI)’라는 것이 있다. 한 번의 주사로 약물이 천천히 체내로 들어가면서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개월까지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자, 탈모환자, 약 복용이 쉽지 않은 치매환자, 조현병환자 등에게 이런 주사제는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장점이 특히 높다.

하지만 장기지속형 주사제에도 한계가 있다. 주사 투여 뒤 약물이 과도하게 방출돼 혈중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기도 하고, 투약 후 약물 방출이 없는 시간이 생기기도 하다. 불안정한 약물 방출이 치료효과를 높이는데 한계로 작용하는 것이다.

인벤티지랩(대표 김주희)은 이런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을 개발해낸 바이오테크 기업이다. 인벤티지랩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용한 기술은 Microfluidics(미세유체공학)이다. Microfluidics(미세유체공학) 기술은 이미 PCR 키트 등의 진단 분야에서 사용되며 그 기술력을 검증 받았다. 하지만 약물 개발에 이 기술을 적용한 적은 이전에 없었다.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미세한 관에 약물을 넣어 천천히 일정한 양이 나오도록 하는 미세유체공학 기술을 약물 개발에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상상을 했다”며 “기존에 없던 기술의 융합이었기에 장비 등 시스템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야만 해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런 상상력이 가능했던 건 김 대표가 약학 또는 공학 중 하나의 전공에 치우치지 않은 기획자 출신이기 때문. 여러 제약사에서 전략기획업무를 담당했던 김 대표는 약물전달기술(DDS·Drig Delivery System)에 대한 가능성을 보게 됐다. 하지만 이 분야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것을 보고 창업에 나섰다.

김 대표는 “어떻게 보면 도박과 같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지만 기존의 기술만 답습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다. 주변의 뛰어난 연구진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계공학과 제약학이 접목된 융합기술 기반의 플랫폼을 구현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낸 것이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IVL-DrugFluidic’. 이 기술을 통해 인벤티지랩은 현재 남성형 탈모치료제와 치매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탈모치료제의 경우 1개월 지속형인 ‘IVL3001’과 3개월 지속형인 ‘IVL3002’가 있다. 이 중 IVL30001는 지난 7월 호주 임상 1상을 완료했다. 회사에 따르면 임상 1상에서 IVL3001은 기존 제조 기술의 문제점이었던 초기과다방출(Initial Burst)이 전혀 없는 안정적인 혈중 약물 농도 유지, 탈모 치료의 지표인 혈중 DHT 억제의 달성 및 우수한 내약성이 확인됐다. 3개월 제형 IVL3002의 경우 호주에서 임상 1/2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 대웅제약과 공동 개발 계약, 위더스제약과 생산 파트너링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이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며 위더스제약에서는 270억원을 투자해 전용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매치료제는 호주에서 임상 1/2상 IND(시험계획서)를 승인받고 임상을 준비 중에 있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진행한 동물 시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 인체 대상 임상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인벤티지랩은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mRNA 백신·유전자 치료제 LNP(지질나노입자) 제조 플랫폼인 ‘IVL-GeneFluidic’ 기술도 갖고 있다. 또 하나의 약물전달 기술인 IVL-GeneFluidic는 mRNA 백신 또는 치료제를 균질한 지질나노입자 속에 장착, 치료물질을 목표로 한 곳으로 안정적으로 잘 전달하게 한다.

이런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인벤티지랩은 코스닥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이미 지난 달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10월 말 수요예측 등을 거쳐 다음달 상장 예정이다.

최근 바이오 관련 투자심리가 전과 같지 않은 분위기지만 인벤티지랩은 이 같은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우리 기술력이 이제 어느 정도 완성형으로 가고 있고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는 투자자들을 만나보다 회사를 성장시켜야 할 때가 지금이라고 판단했다”며 “당사는 트렌드를 쫓는 스타일은 아니다. 정도대로 뚜벅뚜벅 갈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타 바이오텍과는 다르게 개량신약이 출시된 이후에는 판매로열티뿐 아니라 플랫폼 기술 기반의 생산로열티도 수령하는 구조로 높은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그동안 심어 놓은 씨앗이 결실을 이루듯 성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파이프라인들을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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