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청개구리 이찬혁’의 홀로서기…“악뮤보다 못하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데뷔 9년 만에 솔로 앨범
악뮤 아닌 오롯이 이찬혁
이찬혁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랑스러운 ‘국민 남매’, ‘어쿠스틱 듀오’라는 숫는 이제 내려두기로 했다.

“전 청개구리인 것 같아요. 악동뮤지션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감사하지만 악동뮤지션으로서의 이찬혁이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데뷔 8년 만에 홀로서기를 시작한 이찬혁의 이야기다. ‘악뮤’라는 이름 대신 오롯이 이찬혁이라고 섰다. 그의 첫 솔로 음반의 제목은 ‘에러’(ERROR). 17일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렇게 빨리 개인 작업물을 발표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무려 8년 만의 첫 솔로였지만, 스스로는 “솔로 앨범을 내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줄 알았다”고 했다. “재능 있는 파트너인 동생 수현이가 워낙 좋은 가창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게도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현지도 저도 각자 솔로로 나왔을 때 악뮤보다 못하다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각자 자신의 아이템을 가지고 나와야 명분이 생긴다고 생각했죠.”

이찬혁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은 적기였다. SNS엔 ‘찬혁이 하고 싶은거 다해’, ‘찬혁이 하고 싶은거 하지마’라며 밈이 떠다니고, 그러면서도 대중적 음악성을 가진 명실상부 아티스트로의 이미지도 구축됐다. 이찬혁은 “대중적으로도 제 캐릭터가 생기는 시기이기도 했고, 그 이상의 퍼포먼스와 음악도 정립이 돼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솔로 앨범은 기존 악뮤의 음악 세계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그는 올해 초 문득 ‘에러’의 악상이 떠올랐다며 “이전 음반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에서 자유와 사랑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내가 당장 죽게 된다면 난 여전히 그것들을 나의 최대 가치로 생각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앨범엔 타이틀곡 ‘파노라마’를 포함해 총 11곡이 수록됐다. 음반은 하나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이어진다. 이찬혁은 “스토리가 굉장히 중요한 앨범”이라고 했다.

주제는 ‘죽음’이다. 난데없이 맞닥뜨린 죽음의 그림자에서 깨어나 진짜 소중한 존재를 만나고, 진짜 꿈을 찾아간다.

첫 번째 수록곡인 ‘목격담’은 “사고를 당해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 두 번째 트랙 ‘사이렌’(Siren)에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하는 나를 보는 지인들의 모습”으로 그렸다.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꾸는 꿈을 통해 “시간이 멈춘다면 인생을 나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곡이 ‘파노라마’다.

이어 그에게 소중한 존재인 연인,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당장 널 만나러 가지 않으면’, ‘마지막 인사’, ‘부재중 전화’로 이어진다. ‘내 꿈의 성’에선 “죽음 앞에서 솔직해지는 모습”을 그리고, ‘어 데이(A Day)’에선 “살아갈 날이 하루가 남은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마지막곡 ‘장례희망’은 장례식의 장면을 그린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순서대로 듣다보면, ‘장례희망’에 이르러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온다. 이찬혁이 구축한 세계 안에서 청자는 같은 경험을 하며 내 삶의 처음과 끝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찬혁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전 죽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도 죽지 않는 사람은 없잖아요. 가요계의 80%는 사랑노래이지만, 거기에 죽음이 낀다고 이질적이진 않을 거예요. ‘왜 죽음 이야기를 하지?’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죽음이 마냥 슬플 것인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게 하기 위해선 죽음을 조금 더 노출돼야 하고,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해요.”

이찬혁은 동생 이수현과 함께 출연한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2’에서 우승하며 사랑받은 ‘국민 남매’다. 2014년 정규 1집 ‘플레이’(PLAY)로 정식 데뷔, 악동뮤지션으로 ‘다이나소어’, ‘사람들이 움직이는게’, ‘오랜날 오랜밤’, ‘200%’,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등을 히트시키며 발매하는 음반마다 큰 사랑을 받았다.

이찬혁은 “그동안 악뮤로 많은 것을 보여드렸는데 이제 수현이도 저도 나이를 먹으면서 제가 만든 캐릭터 안에 수현이가 들어오기가 쉽지 않아졌다”며 “수현이도 자기 자신이 굉장히 뚜렷해졌다. 중간 지점을 찾아 악뮤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악뮤는 새로운 캐릭터이고, 나오기 힘든 캐릭터라는 것을 요즘 인지하고 있어요. 악뮤를 예쁜 남매로 봐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것은 굉장히 가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냥 남매라고, 몽골에서 왔다고 가질 수 있는 사랑이 아니라는 것도요. 이젠 그 감사함에 보답하는 노래를 하려고 해요. 이찬혁은 악뮤와 분리하고요.”

첫 솔로 앨범을 작업하며 ‘뛰어난 파트너’ 이수현의 목소리는 싣지 않았다. 그는 “작업하며 동생을 염두한 적은 없었다”며 “악뮤로 할 수 있는 건 하지 않겠다. 저만의 것을 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했다.

“여태까지 사람들이 좋아해준 방식으로 나오고 싶었다면 그것을 선택했겠지만, 그것은 아니었어요. 앨범을 듣고, 수현이는 너무 좋아했어요. 눈물도 고였고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나갈지 모르겠는데, 나간다면 좋은 반응을 끌어내겠죠? 하하. 울었어요. 감동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어머니도 울었고요. 가족들이 들을 만한 노래는 아니니까요. 하하.”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