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남지현(27)은 배우로서 기자에게 두 가지 인상을 남겼다. 오로지 작품을 통해 존재감을 높여나가는 배우. 작품 해석력이 좋은 배우.

남지현이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우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세 자매 중 둘째이자, 옳은 일을 위해 움직이는 열혈 기자 오인경 역으로 분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작품은 보시는 사람 마다 달랐다. 기자분들의 질문도 겹치지 않았다. 작품속에 상징물도 많았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좋다. 마치 작품이 아름들이 나무처럼 펼쳐보이더라.”

남지현은 시청자들의 상상력이 풍부함에 놀랐다. 오인경이 초반 자주 가글을 마시는데 이를 “가글 PPL인줄 알았다”는 댓글을 보고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남지현은 탁월한 캐릭터 표현력으로 차갑고 이성적이지만 특유의 따뜻함과 열정을 가진 오인경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자칫 다수의 응원을 받을 수 없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남지현은 흔들림 없이 사건의 뿌리부터 파헤치는 독기 있는 기자의 모습부터 가치관과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캐릭터의 복합적인 감정까지 단계적으로 그려냈다.

“인경은 제가 맡았던 이전 캐릭터와는 다른 역할이다. 대중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었다. 전작들은 모두 응원받고, 관심 받는 역할이었는데 인경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평을 받든지 상관없이 자기가 생각하는 옳은 일을 한다. 자신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거침없다. 이걸 설득시킬 수 있을까. 현실에서 이렇게 끈질기게 하는 사람이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남지현은 사회부 방송기자인 자문기자로부터 리포팅 연습하는 걸 도움받았다. 그는 자문기자 등의 취재를 통해 “끈질긴 특성을 가진 자만이 가자로 남는다. 결국 진실이 드러났을 때의 쾌감과 성취감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전해듣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남지현은 영화 대본을 주로 써온 정서경 작가의 작품을 받아볼지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쯤 정서경 작가님과 김희원 감독님과 첫미팅을 했다. 인경은 쉬운 캐릭터가 아니고, 옳은 길을 갈 것이며, 신뢰감을 주길 원한다고 했다. 그런 이미지가 누가 있을까 라고 물었을때 감사하게도 저를 떠올려주셨다. 4부까지 읽어보며 뒤의 스토리도 궁금하고, 나도 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조합이 너무 좋아 안할 수가 없었다.”

‘작은 아씨들’은 남지현을 따라가면 흐름이 보이고 해결책도 보였다. 인경은 속물기자와 속물 데스크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상(엄기준)과 정란회의 비리를 찾아 결국 뉴스를 통해 그들의 실체를 보도하는 올곧은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쾌감을 선사했다. 인경은 종반부 정란회의 꼭대기에 원상아(엄지원)라는 빌런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언니인 인주(김고은)가 알려준 ‘닫힌 방’의 단서를 풀어나갔다.

오인경은 이후 뉴스를 통해 경리 직원 사망 사건과 원상아가 관련되었음을 폭로하였고, 오인경만의 진득한 속도로 푸른 난초의 비밀까지 밝히며 거대한 정란회의 내막을 까발렸다.

“히어로물은 구경하는 맛이 있다. 빌런은 어디까지 일을 키우고, 히어로는 이를 헤쳐나갈까 하면서 본다. 우리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그런 과몰입과는 달리, 세 자매들이 겪는 고구마와 같은 국면들이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면서 보는 드라마다. 이를 재밌게 즐겨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

남지현은 “사건들은 극적이다. 푸른 난초와 정란회. 그속에서 박재상(엄기준)과 원상아가 벌이는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드라마 같은 판타지지만, 그것을 겪는 세 자매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였으면 했다”고 말했다. 세 자매는 특별한 애도 아니고, 결점도 있고, 잘할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는 양가적 감정이 계속 간다는 것. 그래서 세 자매의 얘기가 흥미롭다고 했다.

남지현은 “정서경 작가님의 작품을 할 수 있어 좋았고, 김희원 감독님의 연출도 너무 좋아 이런 분들의 작품은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현장 사람들이 모두 자신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희원 감독님은 대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배우는 한가지로 파고들 수밖에 없는데, 감독님이 복잡한 스토리라인이 있는 작품의 전체를 다 꿰뚫고 계셨다. 방향 설정할때 도움 되는 사람을 구하려고 하면 단연 감독이다. 머릿속에 작품만 있는 든든한 대장이었다.”

남지현은 배우들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김고은 언니의 뛰어난 유머 감각은 후천적으로 습득될 수 없다고 했다. 약간 능글맞은 그 순간에 리듬을 타는 능력이 있다. 내가 부러워하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자질이다. 인주(김고은)-인경(남지현)은 현실자매, 인혜(박지후)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막내동생이다. 인주-인경이 인혜에게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인혜의 날카로운 말들이 상처가 되기보다는 안타까웠다. 가난에 대한 쓰라림 같은 거였다.”

초등학교때부터 연기한 남지현은 연기경력만 18년이다. 아역배우들은 성인배우로 성장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잘 넘겼을까?

“중3~고1때 촬영장에서 대기중 이 직업을 평생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행복하게 할 자신은 없었고 힘들게 일하고 있었다. 해결방법도 없었다. 막막했다. 그 때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20살때 만난 KBS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선배들을 보니 너무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겠다. 압박과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나혼자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좀 편해졌다.”

남지현은 서강대 심리학과를 2년전 졸업했다. 박은빈이 같은 과에서 3살이 더많은 선배다. “은빈이 언니와는 ‘로비스트’에 자매로 함께 나온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는 딱 한번 마주쳤다”고 한다.

남지현은 K콘텐츠의 글로벌화로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배우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오는 11월 26일에는 자신이 직접 모든 걸 기획한 단독팬미팅 ‘어서와요, 우리 집에!’를 서울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대강당에서 개최한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