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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되는 줄 알면서?’… 핵군불 때는 정치권 [정치쫌!]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7차 핵실험 우려감↑ “우리도 핵무장” 주장 탄력
국민의힘 “전술핵 배치 등 대응책 마련해야” 주장… 핵무장 시나리오는 셋
당권주자들 위주 ‘지지층 결집용’ 분석… 차기 전대 ‘선명성 경쟁’ 부산물 해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핵군불’ 때기에 돌입했다. 전술핵 도입 등 핵무장을 통해 남한이 북한 핵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한 핵무장론은 그간 여러차례 있어왔다. 그러나 그 때마다 미국의 낮은 호응, 국제질서,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집중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함께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해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까지 성공할 경우 남한 역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내·대외 조건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점,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 미국의 움직임 이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점 등에 비춰보면 아직은 ‘국내용’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국민의힘 밀고 대통령은 ‘NCND’= 핵무장론을 처음 공식화한 인사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 훈련까지 하고 있다. 우리만 30여 년 전 비핵화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힘을 보탰다. 지난 14일 김 의원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했을 뿐 아니라 그 핵무기의 종류도 다중화하고 경량화시키고 소형화시키고, 운반하는 수단 미사일도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또 크루즈 미사일까지 가지고 있다”며 “비대칭성 무기, 핵에 대해서는 우리도 핵으로 무장해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인 탓에 남한의 핵무장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NPT 조약은 불평등한 조약이다. 우리가 아무래도 강대국이 아닌 마당에 어떻게 하겠나. 무역으로 먹고 살아야 되니.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할 수만 있다고 그러면 우리가 핵무기를 가지는 것이 저는 대한민국의 국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지난 13일 CBS 인터뷰에서 “지금 확장 억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 확장 억제로 가느냐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고 지금의 확장 억제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부터 일부에서 제기되는 우리 자체 핵무장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놓고 여론을 수렴해 가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내가 지난 박근혜 정부때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핵자산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통한 미국과의 실질적 핵공유 제안이 윤석열 정부 들어 미국 행정부에 제안됐다”며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국내외 정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장 현실성 있고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쓰기도 했다.

남한 핵무장론은 윤 대통령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더 확산되는 추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잘 경청하고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전술핵 배치에 대해 선을 그었던 윤 대통령의 스탠스와 다소 결이 달라진 것으로 해석되면서 핵무장론이 힘을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경북 포항시청을 찾아 태풍 힌남노에 따른 피해 현황을 브리핑받은 뒤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밝히고 있다. [연합]

▶핵무장 ‘세 옵션’…직접개발·핵우산 강화·나토식 핵공유=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로 꼽힌다. 1991년 이전처럼 남한에 전술핵무기를 다시 배치하는 방안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적용되는 핵공유 협약을 미국과 맺는 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 핵무장을 하는 방안 등이다.

여당에서 많이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는 1991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가리킨다. 미국은 지난 1991년 7월 소련과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Ⅰ)을 맺었고, 남한과 북한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문제는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진행하면서 사실상 1991년 비핵공동선언은 무력화 됐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한국이 NPT에 가입한 상태에서 전술핵을 다시 배치할 경우 NPT 협약에 저촉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여당 내에선 한국이 1968년에 NPT에 가입했으나 1991년까지는 전술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전술핵이 배치된다 하더라도 NPT 위반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서 핵개발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던 경제제재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그같은 경제 제재를 극복하고 핵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만큼 ‘핵위협’이 절대적이냐는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확인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나토식 핵공유는 유럽 국가들이 택한 핵우산을 가리킨다.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은 지난 1960년대부터 미국의 전술핵을 자국에 배치하고 ‘핵 기획그룹’을 통해 핵무기를 운용하는 핵공유 체제를 가동 중이다. 유럽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되 그 사용 결정에 있어선 미국과 해당 국가가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나토식 핵공유’의 기본이다.

한국이 직접 핵을 개발하는 방안도 시나리오 중 하나다. 현재 한국의 기술력 등을 고려하면 소형 핵탄두 개발에는 6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2년이면 실전 배치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핵을 자체 개발할 경우 한국이 치러야할 경제 제재 등의 문제는 아직은 핵개발 계산서 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는 CBS 인터뷰에서 “저위력이면 핵개발에 6개월, 실전 배치는 2년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경기도 용인시 지상작전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

▶일본은?중국은?미국은?… 결국 ‘국내용?’=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해 남한 역시 핵무장을 해야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한 것이 이미 지난 2006년인만큼 남한 핵무장론 역시 10여년의 역사가 있어왔던 셈이다. 그러나 그 때마다 계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는 남한의 핵무장을 계기로 일본 역시 핵을 가지겠다고 할 경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였다.

또 남한이 핵을 가지게 될 경우 중국 역시 이를 위협으로 여겨 남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펼 가능성도 열려있다. 결정적으로는 미국이 남한의 핵무장 의지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1일(미국 현지시각) 온라인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동맹 간 사안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면서도 “우리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D)’”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등 집권 여당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남한 핵무장론이 결국은 국내 정치용으로 소모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핵무장 및 전술핵 재배치 등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차기 당권 주자들의 입을 통해 확대·재생산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이라는 현존하는 외부의 위협에 더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 시킬 수 있는 것이 ‘핵무장 이슈’라는 점도 여당 내에서 전술핵 이슈가 계속 이어지는 원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직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0%가 찬성했다. 반대는 35%였다. 지지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층이 각각 82%, 73%가 핵무기 보유에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찬성(52%)이 반대(43%)를 앞섰다.

이에 비해 지난 14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선 여권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평화·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67%, ‘평화·외교적 해결책은 효과 없으므로 군사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5%로 나타났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9%, ‘불필요하다’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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