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물가 시대 이젠 월세마저 뛴다…키맞추기 끝나면 전세대란 우려 [부동산360]
월세 역대급 거래량 및 상승세
금리 안정되면 전세로 이동 불가피
‘월세부담 증가→전세불안→집값자극’ 시나리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이달 들어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2296가구 규모 대단지 ‘개포래미안포레스트’에선 19건의 전월세계약이 이뤄졌다. 전세가 6건, 월세가 13건으로, 월세거래가 전세거래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 중 59㎡(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전세거래는 한 건도 없었으나 월세만 7건 계약됐다. 월세값 상승세는 역대급이다. 지난 1월 ‘보증금 2억원·월세 260만원’에 계약됐는데, 이달엔 같은 보증금에 월세만 310만원으로 50만원 올랐다. 반면 매매와 전세는 하락세다. 매매는 올 6월 19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한 건의 계약도 없었다. 집값급등기인 2020년 9월 23억7000만원에도 거래됐던 아파트다. 전세도 지난해 2021년 1월 12억5000만원에도 계약됐으나 올 9월 기준 7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주택시장이 ‘거래 소상 상태’를 겪는 와중에 월세 상승세가 가파르다. 매매시장 침체가 심화하면 전세거래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요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최근 2년간 전세도 급등해 월세(반전세, 반월세 포함)만 찾는 현상이 나타나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대세가 됐다. 금리가 단기간에 뛰고 있어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월세를 내는 게 낫다는 세입자들의 처지 때문이다. 전세물량이 대거 월세로 전환하면서 8월 이후 우려됐던 전세난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다달이 내야 하는 월셋값 상승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은 더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월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다시 금리완화기가 오면 ‘월세 부담 증가→전세로 임대 수요 이동→전셋값 상승→집값 자극’ 흐름으로 주택시장 상황이 돌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에 전월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

▶주택시장 ‘월세 천하’=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수도권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05.5로, 전월(105.1)보다 0.4포인트 뛰면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경기(106.5), 서울(104.2) 등이 모두 전월보다 급등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계속되고 있다.

같은 기관에서 발표하는 ‘전월세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계산할 때 적용하는 연간 환산 이율)’은 올 들어 줄곧 오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조사를 시작한 2016년 1월(5.52%) 이후 지난해 12월(3.75%)까지 줄곧 하락했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시작된 올 1월(3.76%) 처음 반등한 이후 9월(3.87%)까지 9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5%대로 높아진 전세대출금리가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며 “세입자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월세거래량은 역대 가장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거래량은 올 상반기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인 4만7588건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는 특히 전국 주택 전월세거래 중 월세거래 비중은 51.6%를 차지해 반기 기준 처음으로 월세거래가 전세거래 비중을 넘어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인상 랠리가 지속되는 한 세입자로서는 집을 사는 것도, 전세에 머물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고금리 충격에 세입자들이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하기 위한 대출을 하는 데에 극심한 포비아(공포감)를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세 인상발 집값 반등시점 오나=전문가들은 당분간 주택시장의 ‘월세천하’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금리인상기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세입자도 ‘전세자금대출을 늘리느니 월세를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건은 금리인상기가 끝난 후다. 일단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에 금리가 고점을 찍을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다만 다시 금리를 내리는 금리인하기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를 전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금리인하기가 예상보다 늦게 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점차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면서 “그렇게 되면 월세화는 더 심화할 것이고, 매매나 전세 동반 침체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전세를 찾는 사람들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전세자금대출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낮아지면 전세를 찾는 세입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값 반등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전망하는 사람들은 늘 ‘공급 부족’ 문제를 지적한다. 향후 2~3년간 서울 및 수도권에 공급되는 주택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집값이 진짜로 하락한 시기를 보면 금리인상뿐 아니라 대규모 공급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컨대 역대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던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엔 1기신도시와 2기신도시 입주가 동시에 진행됐었다.

금리인상만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았던 증거로 역대 금리변동기 집값 흐름을 보면 오히려 집값은 반대 흐름을 보였다. 2000년 이후 가장 긴 금리인상기는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4년 11월부터 2008년 8월까지였다. 2004월 11월11일 당시 기준 저점(3.25%)을 찍은 후 2008년 8월 7일(5.25%)까지 8번에 걸쳐 번번이 0.25%씩 올랐다. 그 시기 아파트값은 급등했다. 서울은 48.2%, 수도권과 전국 기준으로는 45.77%, 26.94% 각각 뛰었다.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은 “금리인상 패닉으로 매매시장이 역대급 거래절벽을 겪고, 전세시장도 위축된 게 사실이지만 서울 등 인기 지역엔 공급이 부족해 언제든 다시 들썩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월세 불안이 전세 불안으로 이어지고, 매매시장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