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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은의 현장에서] 투자자 두번 울리는 카카오뱅크
주가 반토막에 내부 분위기 숭숭
사내복지제도 검토 중이지만 ‘평판 리스크’ 우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신저가, 또 신저가. 카카오뱅크가 무너지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자사주 매입 등은 물론이고 사내 복지제도라는 카드도 검토하는 중이다. 골자는 100억원 규모로 기금을 조성해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을 위한 대출 지원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매매 위기에 놓이거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을 겪는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인당 평균 4억9014만원을 청약했다. 우리사주조합은 공모 물량의 최대 2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었는데, 이 한도를 최대한 채웠었다. 문제는 상당수 직원들이 은행이나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는 점이다. 본인의 여유자산을 초과해 ‘영끌’을 할 정도로 주가상승을 확신했다는 얘기다.

저리 대출, 대박의 꿈으로 온 국민의 부러움을 샀던 과거와 달리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주가가 공모가(3만9000원) 절반 밑으로 급락하면서 직원들은 개인당 2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보호예수로 인해 발이 묶인동안 올 초 임원진들은 스톡옵션 먹튀 논란을 일으켰으니, 내부 분위기가 좋을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복지 제도를 만드는 건 자유다.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야 회사가 다시 성장의 틀을 다질 수 있다. 다만, 이번 방안은 복지제도의 탈을 쓴 일종의 ‘손실보전’ 성격이 짙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사주를 사겠다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직원들에게 우회지원을 할 여지로 읽힐 수 있어서다. 투자에 자기책임 원칙이 다시 거론되는 건 물론이고, 이들에게 또 다시 대출이라는 짐을 얹어줄 여지도 있다.

투자자 간 차별 논란도 넘어야한다. 주가 하락으로 고통을 겪긴 일반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의 아픔이 다른 주주들의 고통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는 얘기다. 복수의 금융사 관계자는 “복지기금을 만들어서 직원들을 지원하다보면 결국 영업이익경비율(CIR)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결국 그 비용은 나머지 주주들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겠냐”며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CIR까지 높아지면 마진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하는건 과연 누구 몫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100억원으로 시작하지만 향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선례가 남아 모럴헤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0억원이라는 대출 지원이 반대매매로 인한 주가 하락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카카오뱅크의 얘기에 ‘오죽하면’ 이라는 공감을 하면서도, 선뜻 지지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은행은 주주의 이익과 공적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금융기관이고, 은행법에 은행의 공공적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임원들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우리사주 투자로 손실을 본 자사 직원을 달래기 위해 만드는 복지제도가 은행을 바라보는 이번 정부의 시선과 썩 부합되지는 않는 것 같다. 또 다른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 또한 이번 일을 두고 “투자자 간 차별문제가 생길지 등은 별도로 봐야겠지만, 복지제도니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지언정 결국 레퓨테이션 리스크는 거론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달 초 주가 관리는 물론 투자자와의 소통 강화도 약속했다. 회사의 약속과 책임활동을 담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에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소통 담당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여기서 투자자는 내부 직원만은 아닐테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카카오뱅크의 이런 고민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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