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美 IEEFA “한전, 화석연료 중심 체계론 재무위기 못 벗어나”
‘한전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위태롭다’ 보고서 발간
한전 녹색채권, 거버넌스 개선 없인 그린워싱 위험
한국전력 전경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대대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거나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지 않는 한 한전 채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 이하 IEEFA)는 보고서 ‘한전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위태롭다(KEPCO’s Clean Energy Transition Hangs in the Balance)’를 발표하고 한전 재무위기의 근본적 원인과 한전 채권 투자자들에게 닥칠 잠재적 리스크를 분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로 인해 유가와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적자가 이미 14조원을 넘어섰고, 올 한해 최대 30조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에 한전은 채권 발행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연말께는 회사채 발행액이 법정 한도인 약 7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9월 한전의 사채발행한도를 기존 자본금과 적립금 합산 금액의 2배에서 5배로 증액해야 한다는 한전법 개정안이 발의된 배경이다.

IEEFA 보고서는 한전이 재무위기를 마주하게 된 근본적 이유가 화석연료에 대한 오랜 집착 때문이라 지적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IEEFA의 헤이즐 제임스 일랑고(Hazel James Ilango)는 “화력발전이 한전의 발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연료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 구조를 감안했을 때, 변동성이 크고 비싼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지난 10년 동안 한전의 수익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했다.

석탄 및 LNG 가격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한전의 영업이익률 [IEEFA]

또한 보고서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무능함을 꼬집기도 했다. 석탄과 가스발전에 대한 의존이 지속적으로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음에도 청정 재생에너지로 일찍 전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전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정상적으로 기능했다면 에너지믹스를 바꾼다거나 사업전략을 선회하는 등 즉각 대응이 이뤄졌어야 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결국 한전의 재무위기는 채무를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부채상환충당비율이 -0.15에 그쳤으며, 총부채 중 절반 이상이 채권으로 조달된 자금이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한전은 부채상환 능력을 상실했음에도 채권 발행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통상적인 기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며 “IEEFA 보고서는 한전이 정부의 구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전 신용등급에는 이같은 재무위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은 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강등됐지만, 장기 신용등급은 한전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 가능성을 근거로 6~8단계 더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한전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화석연료로 인해 재무위기를 맞닥트린 한전에 자금을 제공하며 한전의 막대한 탄소 배출과 에너지전환 실패에 기여하고 있다고 IEEFA는 지적했다.

한국전력공사 자체 신용등급 및 장기 신용등급 [IEEFA]

지난 5월 한전은 재무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차워에서 해외 석탄·가스 발전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매각 대금은 전기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전력 구매대금을 포함해 회사의 채무를 상환하는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IEEFA는 머지않아 좌초될 화력발전 자산을 적절한 수준의 비용을 투입해 인수하려는 주체가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액화 천연가스(LNG)가 향후 한전의 발전 비중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재정난 속에서 ‘블루수소’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저탄소 기술에 대해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한전 녹색채권 투자자들이 그린워싱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보고서는 “한전의 경영진과 이사회를 포함한 거버넌스의 전면적인 개편을 수반하는 대대적 개혁과 상당한 자금 유입 또는 정부 개입이 담보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은 차환이 예정된 채권을 비롯한 한전의 채권을 인수하는 데 보다 신중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IEEFA는 미국에 소재한 에너지·환경 관련 재정, 경제 이슈를 분석하는 연구 전문기관이다. 지속 가능하며 수익성이 높은 에너지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um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