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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전에 집 보러 오셨죠?”…급매 전화돌리는 공인중개사들 [부동산360]
“찾으시던 그 가격 매물 나왔다”…오래전 장부 찾아가며 전화
서울 아파트 거래량 1년 사이 6분의 1로 위축
급매 위주 거래에 2012년 이후 10년만에 최대 하락폭
중개사 ‘폐업 > 개업’ 추세 이어져…“직업적 메리트 없어”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1년 전에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했던 A씨. 생각하는 금액대의 매물이 없고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당시 공인중개사에 전화번호를 남겨두고 혹시나 급매가 나오면 연락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사이 결국 다른 집을 계약했고, 기억에서 잊혀지려는 찰나 전화를 받았다. 아직도 매수할 의사가 있겠느냐고, 11억원대에서 꿈쩍을 안하던 호가가 9억500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A씨의 사례처럼 서울 아파트 거래가 뜸해지면서 오래전 장부를 거슬러가며 직접 매물을 홍보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사례가 늘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집 보러 오는 손님이 없다. 정말 없다. 집을 팔아야 되는 매도자만 있다”며 “그러니 장부를 뒤적여서 예전에 집 보러 왔던 손님을 하나하나 찾아 전화를 돌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전에 발길을 돌렸던 손님들이 원했던 가격으로 매물 호가가 떨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직접 전화를 돌리는 공인중개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거래량은 바닥을 치는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계약일 기준)는 총 671건에 불과하다.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후 8월 거래량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4064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매매수급지수는 77.7로 지난주(78.5)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5월 첫 주 91.1을 기록한 이후 22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체결된 계약도 급매 위주이다 보니 아파트값도 매주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0.19%에서 이번 주 -0.20%로 더 떨어졌다. 2012년 9월 마지막 주(-0.21%) 조사 이후 10년여 만에 최대 하락폭이며, 주간 단위로 19주 연속 약세다.

25개 자치구 중 도봉구(-0.37%)가 가장 많이 하락했고 노원구(-0.36%), 은평·서대문구(-0.28%), 송파·종로구(-0.27%), 중·성북구(-0.26%)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구(-0.13%), 서초구(-0.07%) 등 강남권도 전주보다 낙폭을 확대했다. 부동산원은 “지속적인 매물가격 하향 조정 속에서 실거래가격 하락 단지가 간헐적으로 발생, 서울 전체가 전주 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중개시장은 완연한 침체에 들어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에서 폐업한 공인중개업소의 수는 994개에 달했다. 휴업한 곳도 72곳이었다. 반면,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는 906개 뿐이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 오를 때는 공인중개사가 폭리를 취한다고, 지금은 집이 싸게 팔리면 또 공인중개사가 거래 한 건 하려고 값을 낮췄다는 불만을 듣는다”며 “전화까지 돌려가며 고객을 찾는것부터가 가만히 있으면 굶어죽겠으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 직업 전망이 밝지 않으니 앞으로 폐업은 계속 늘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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