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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외친 尹대통령에 ‘표현의 자유’가 묻는다[데이터 르포]
문체부, 고교생 만평 ‘윤석열차’ 전시 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
여권, 표절 의혹 제기…작가는 “정부 비판했다 비난이 더 문제”
문화·예술계 반발…시사만화협회, ‘자유!’ 33회 외친 성명 발표
빅데이터 분석…온라인 “이런 검열, 진짜 보수라 불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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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5월10일 취임사 中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어서 ‘자유’는 어떤 의미일까.

윤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언급했다.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주요 연설에서는 ‘자유’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4·19혁명 62주년 기념사에서는 “목숨을 지켜낸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국민의 삶과 일상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소중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15 광복절에서는 33번의 ‘자유’를 언급하며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도 ‘자유’를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21번의 ‘자유’를 언급하며 “한 국가 내에서 어느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하여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이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하여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북한 문제를 언급하기보다 ‘자유’의 가치를 중시했던 윤 대통령에게 ‘표현의 자유’가 되묻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 고등학생이 그린 카툰 ‘윤석열차’를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 및 조치를 예고했다. “정치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했다”는 것이 이유다. 여기에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 해당 카툰이 2019년 6월 영국 일간지 ‘더 선’(The Sun)에 실린 작가 스티브 브라이트의 정치풍자 만평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으로부터 부천국제만화축제 수상작인 '윤석열차' 관련한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학생이 정치적 색깔을 너무 드러낸 그림”이라고 지적했고, 조수진 의원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표절 의혹 때문에 논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국 일간지 ‘더 선’의 만평을 그린 스티브 브라이트는 표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출신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브라이트 작가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해당 고등학생 작품이 절대 표절이 아니고, 오히려 상당한 실력을 갖춘 뛰어난 학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라시드 기자에 따르면 브라이트는 “만평에 재능이 있어 칭찬받아야 할 학생이 정부를 비판했다고 비난받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화계와 예술계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비판했다. 전국시사만화협회는 지난 5일 ‘윤석열차 외압 논란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5열 7행 구조로 ‘자유!’라는 단어가 33회 걸쳐 반복되는 이 성명은 윤 대통령이 33번 ‘자유’를 언급한 광복절 경축사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공적 지원에 대한 승인을 빌미로 예술가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카툰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입장의 정치적 풍자를 담고 있는 매체”라며 “정치적 주제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고 어떤 방향의 정치적 입장 표명이라도 존중 받아야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5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게 있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대상으로 한 카툰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라는 질문에 “저도 기사를 통해 봤다. 부처에서 그것에 대해서 대응했다면 그것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며 “저희가 따로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체부의 입장과 같다는 취지다.

온라인에서는 문체부의 제재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의견이 전 성향층에서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헤럴드경제가 총회원수 약 18만명을 보유한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를 통해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응답이 90.9%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아니다’라는 의견은 4.7%, ‘중립’ 의사는 4.5%였다. 특히 10대에서는 94.1%, 40대는 95.5%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중도보수층에서는 “가장 자유주의를 사랑해야 하는 것이 보수주의자인데, 이런 검열은 진짜 보수라고 불리기 힘들 정도”라는 의견이, 보수층에서는 “카툰에는 정치풍자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걸 뭐라고 하는 것은 정치풍자를 검열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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