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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완 “순수했던 음악·공룡처럼 되살아난 내 목소리…지금의 날 질책”
산울림 데뷔 45주년 ‘리마스터 프로젝트’
 시대의 명반들 고음질로 재탄생
산울림 김창완 [뮤직버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45년간 잠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살아났다. “사라지는 것에 대해 미련 가질 것 없고, 세상에 스러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냐는 게 제 삶의 철학이에요. 이제 와서 옛날 것을 다시 끄집어낸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어 별로 내키지 않는 작업이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쥬라기공원’이 따로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그 때의 내 목소리가 공룡처럼 되살아날지 몰랐어요.”

올해로 데뷔 45주년을 맞아 산울림 명반들의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시작한 가수 김창완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망원동 벨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1977년 김창완(보컬·기타), 김창훈(베이스), 김창익(드럼)의 삼형제 밴드는 가요계에 첫발을 디뎠다. 산울림의 1집 ‘아니 벌써’가 나오던 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음악환경의 시절이었다.

“한밤중이라 엠프도 못 켜고 삼 형제가 골방에 모여 턴테이블 바늘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 때 산울림의 음악은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은 아니었다. 김창완은 “우리가 1977년 데뷔했을 때 어린아이들은 환호했지만, 대부분의 어른은 ‘저게 무슨 노래냐’라고 하거나 ‘듣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재발매되는 앨범들은 김창완이 간직하고 있던 릴 테이프로 작업했다. 디지털 변환과 리마스터링 작업은 까다롭기로 이름난 미국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나 수상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이 맡았다. 황병준 엔지니어는 “마스터 릴테이프가 남아있는 경우가 드문데 원본을 갖고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저로선 원본을 치대한 살리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산울림 김창완 [뮤직버스 제공]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태어난 과거의 목소리와 음악을 듣는 기분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김창완은 “노래를 들으면서 (45년 전) 그때의 떨림과 불안이 다 느껴졌다”고 말했다. 2008년 캐나다에서 사고로 떠난 막내 동생 김창익에 대한 그리움도 따라왔다. 그는 “드럼 연주를 이렇게 잘했는데 숟가락통 두드리는 소리처럼 녹음이 돼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호박 화석 속 모기 DNA로 공룡을 되살린 것처럼” 산울림의 그 시절은 새로운 LP로 살아났다. 김창완은 “리마스터링된 음원을 처음 듣고 내가 요즘 부르는 노래는 너무 겉멋이 들어 순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목소리가 노래를 똑바로 부르라고 지금의 날 질책하더라”라고 했다.

데뷔 이후 산울림은 무수히 많은 명반을 남겼다. ‘아니 벌써’를 시작으로 2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3집 ‘내 마음’ 등이 인기를 누렸고, 1997년 발매된 13집 ‘무지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산울림과 함께 했다. 10집 음반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너의 의미’는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1, 2집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톱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산울림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이끈 김경진 에꼴 드 고래 대표는 “산울림의 음악은 외계에서 떨어진 별똥별 같았다”며 “기존 우리 음악계에서 죽 이어진 흐름에서 동떨어져 독특하고 신선한 사운드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김창완은 “그 당시(1977년) 담아내고자 한 것은 청춘의 부대낌이었다”며 “이게 될까, 저게 될까 하는 자신 없어 하는 그런 마음이 가사 몇 마디에 포함됐다. 이 사랑이 확실한 사랑인지 모르고, 내 말을 사람들이 안 들어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개처럼 깔린 게 청춘이었다”고 했다.

“막내(김창익)가 2008년 세상을 떠나고 산울림 음악이 단절된 지 15년이 지났어요. 그런데도 산울림의 음악은 시대적 변화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저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을 진행하며 이전에는 지나쳤던 산울림의 가치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그는 “산울림의 노래 가사는 파격도 있지만, 아름다운 정서를 담고 있다”며 “산울림의 음악에서 재발견한 가지는 순수였다. 그 옛날 내 노래에는 그때의 불안, 부끄러움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순수와 솔직함이 가진 힘이 찾아졌다”고 했다.

“45년 전 내 목소리를 듣는다는 게 슬프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더라도 소중한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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