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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미콘 vs 시멘트 ‘치킨게임’ 비화
시멘트 7社 중 6社 공급가격 인상
10일 중소 레미콘업계 셧다운 맞서
“3월까지만” vs “손실액 커” 입장차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시멘트업계와 원가부담 가중으로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중소 레미콘업계의 갈등이 조업중단 사태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 [연합]

협상 와중에도 시멘트가격 인상 강수가 계속되자 레미콘업체들이 오는 10일을 ‘셧다운 D-데이’로 정했다. 내년 3월까지만 인상을 미뤄달라는 레미콘업계와 그동안 계속되는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시멘트업계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중소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계와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대체휴일인 오는 10일 조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6일 전국 조합장들이 모여 조업중단 관련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건설 성수기에 셧다운이란 초강수를 둔 배경은 더이상 협상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 지난 8월 한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등이 시멘트값을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이들이 못박은 인상 시점은 지난달 1일부터였으나, 업계는 월말 세금계산서 발행시기까지 누구도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싸움’을 지속했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참여한 가운데 레미콘과 건설, 시멘트 업계가 함께 시멘트값 인상을 두고 논의했으나 실효성 있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레미콘업계는 지난해 7월에 이어 지난 4월, 지난달까지 1년 새 3차례의 가격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1t당 시멘트값은 지난해 7월 평균 7만8800원에서 지난달 10만6000원(인상분 적용 시)으로 35% 가까이 오른 상황. 평균 영업이익률 3%인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레미콘업계는 가격인상 시점을 내년 3월까지만 늦춰달라 요구해 왔다. 그러나 협상이 교착상태인 와중에 쌍용C&E까지 다음달 1일 시점으로 가격인상을 통보하고 나서자 치킨게임 양상이 됐다. 배조웅 레미콘조합연합회장은 “쓸 카드는 다 썼고,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조업중단을 시사했다.

시멘트업계는 내년 3월로 가격인상을 늦추면 그 기간 동안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고 주장한다. 유연탄값, 물류비, 전력비에 환율 상승까지 제조원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시멘트업계는 호주산 유연탄값은 지난해 평균 134달러에서 올해 400달러선까지 3배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유연탄은 시멘트 전체 제조원가의 25~30%를 차지한다. 여기에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전력비도 3차례 올라 올해 누적인상률이 30%에 달할 정도라고 업체들은 밝혔다. 게다가 환율도 상승세여서 각종 원부자재 구입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가격인상 시점을 몇 달 늦춰달라는 것은 그 기간 동안 손실을 추가로 감수하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원가 상승요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벗어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레미콘업계는 과장된 요소가 있다고 항변한다. 레미콘, 건설업계는 시멘트업체들이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러시아산 유연탄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호주산 유연탄 시세를 인상 근거로 드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해 왔다. 러시아산은 전쟁 이후 시세에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내렸다는 게 이들의 추정이다.

양측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업체들을 불공정행위로 고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중소 레미콘업체들이 중기 공동구매제도를 이용해 시멘트를 구매할 때 물건을 내놓지 않는 행위 등을 감시해 불공정행위를 적시하겠다는 것이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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