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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검사장 “중대재해법 위헌성 크다”
울산지검장, 이례적 공개 비판
어떻게 해야 위법이 아닌지 모호
시행령도 법령 명확히 규정 안해
입법보완때 정확한 실태파악을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의 위헌성에 대한 현직 검사장의 공개 비판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정환 울산지검장은 지난달 27일 울산지검에서 열린 중대재해·산업안전 세미나에서 ‘중대산업재해치사상죄에 대한 실무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노 검사장은 발표에서 현행 중대재해법이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관리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할 시행령에서조차 이 법령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경영책임자들은 ‘무엇을 준수해야 위법이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노 검사장은 설명했다. 이러한 법의 모호성에 대한 지적은 법 제정 당시부터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계속돼 왔다. 다만, 현재 시행 중인 법률에 대한 현직 검사장의 공개 비판은 이례적이다.

노 검사장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1997년 구 건축법 제79조 제4호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건축물의 소유·관리자가 건축물 등의 유지·관리를 ‘관계 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맞지 않게 했을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당시 헌재는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 또는 모호한 개념으로 이뤄지거나 그 적용 범위가 광범위해, 국민이 법률에 의해 금지된 행위가 뭔지 알 수 없는 경우’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노 검사장은 “중대재해법 역시 위임하는 법규명령의 범위, 법규명령에 규정될 내용·범위에 관해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위헌성 시비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행 중대재해법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목적보다 처벌회피에 경영자들이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예방이 목적이라면, 단순 경영책임자만이 아닌 자연재해, 제3자의 과실, 근로자의 부주의 등 다양한 중대재해 발생 원인들을 분석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입법 당시 논거로 사용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 1위’ 등 통계에도 오류와 비판이 있는 점을 들어, 입법 보완 과정에서 더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가령 국제노동기구(ILO)가 10만명당 산업재해로 인한 상해·질병·사망 등을 수치화한 ‘10만명당 치명률’은 한국이 0.46, 일본이 0.14로 나타난다.

한국의 경우 2년 이내 사망자는 전부 통계에 포함되지만, 일본은 ‘출근재해’나 ‘질병재해’ 등을 제외한 ‘즉시 사망’의 경우만 산재사망자로 포함시켜 수치가 더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노 검사장은 “중대재해법상 무엇을 위반하면 안 되는지를 정확히 알 때, 기업인들도 더 실천을 잘할 수 있게 되고 중대재해 예방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법 취지에 따라 엄하게 처벌할 건 하지만, 법 해석 또한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양측의 충돌이 아닌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중립적으로 학자적 시각에서 연구 결과에 대해 발표한 것”이라며 “개인적 입장으로 검찰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법 완화에 무게를 두고, 지난 4일 취임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도 현행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국회에서도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서는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소송 청구 제한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여야가 맞서고 있다. 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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