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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다윗을 키우자]그루우 권휘광 대표 “식물킬러도 1등 ‘식집사’로 만들죠”
데이터 기반 반려식물관리 애플리케이션
시드투자 유치 이어 팁스 선정으로 관심
식물 상태 앱으로 진단·성장솔루션 제공
집 환경 고려한 상담·커머스도 준비나서
권휘광 그루우 대표가 아산나눔센터의 창업기업 지원 공간인 마루360 내 사무실에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루우는 사무실 내에서도 여러 화분을 키우며 ‘플랜테리어’ 관련 종합 솔루션을 구상했다. [도현정 기자]

반려동물을 잘 기르도록 건강관리를 해주는 헬스케어 솔루션은 레드오션이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반면 ‘반려식물’은?

바쁘고 1인가구가 많은 현대인에게는 반려식물(반려동물처럼 정성들여 집에서 기르는 화분을 뜻하는 신조어)이 반려동물 못지 않게 중요한 존재다. 식물 역시 잘 기르려면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은 동네꽃집에다 알음알음 물어보거나 인터넷에서 귀동냥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루우(대표 권휘광)는 초보 ‘식집사’도 성공적으로 반려식물을 길러내도록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식집사란 반려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서비스 초기 기획을 시작한 그야말로 신생기업이지만 초반부터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유망 창업팀을 선발해 지원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혹독한 실전교육 과정을 거쳤다. 지난 4월 본앤젤스 벤처파트너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아산나눔재단이 유망 스타트업에 사무공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마루180에 들었고, 지난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권휘광 그루우 대표는 스타트업이었던 이전 직장에서의 성장경험과 부모님의 과수원에서 얻은 고민을 함께 고려하다 보니 ‘식집사를 위한 종합 솔루션’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님이 사과농사를 하셨는데, 사과는 매년 다른 병충해가 들이닥쳤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농부라도 매년 어떻게 생육해야 결과가 좋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전에 모르는 문제를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풀이를 알려주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 농사에서도 병충해 사진을 찍으면 해결책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창업 동기를 소개했다.

권 대표는 조사를 거듭하다 보니 농부가 아닌 일반인들도 집에서 식물을 기를 때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내 가드닝 솔루션을 제공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잡게 됐다는 것이다.

그루우 이용자는 앱을 통해 반려식물을 등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마치 정부에서 반려동물 등록제를 시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루우가 반려식물 등록을 장려하는 것은 해당 식물을 잘 기르도록 지원하기 위한 기본정보 수집을 위해서다.

반려식물 등록 과정에서 공간의 넓이부터 일조량(창가인지 여부), 화분 종류, 환기 방식 등 식물이 자라는 환경조건을 파악할 수 있다. 등록된 조건에 따라 그루우의 ‘스마트스케쥴’ 서비스가 물을 줘야 하는 시기 등을 알려준다. 식물에 관한 궁금증을 커뮤니티에 올리면 답변도 해준다. 그루우는 아직 IT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는 시기다. 내년 3월께 본격적인 AI 활용 서비스가 출시될 것이라 전했다.

“아직 베타서비스 단계이지만 ‘AI 식물진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기검진처럼 한 달에 한 번씩 반려식물 사진을 찍게 해 AI가 식물이 크는 과정의 사진을 분석하는 것이죠. 식물 상태가 안좋아지면 어떤 질병인지 분석하고, 앞으로 이렇게 관리하라고 안내하는 서비스를 내년께 자동화해 선보이려 해요.”

집에 식물을 들인다는 것은 생명이 자랄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권 대표는 1등 식집사로 가기 위한 방법으로 “적합한 식물을 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팁을 줬다.

그는 “집 환경에 따라 기르기에 적합한 식물이 있고, 어려운 것들이 있다. 집 위치나 구조에 따라 일조량, 습도 등이 확연히 달라지는데 현재 유행한다는 식물을 무턱대고 들여놓고 잘 자라길 바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루우는 올 겨울 동안 데이터를 분석해본 뒤 각 이용자의 가정에 적합한 식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반려식물 관리 솔루션은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 확장성 측면에서 유연하다. 인테리어업체와 협업해 ‘플랜테리어’(플랜트와 인테리어를 합친 말로 식물을 인테리어요소로 활용한 것)를 제안할 수도 있고 커뮤니티로 뻗어나갈 수도 있다. 식물을 잘 키우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분양을 해주기도 하고, 이사갈 때 나오는 유기식물(버려진 식물) 문제도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 유기식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루우도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이사를 가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 그냥 쓰레기장에 놓고 가버리는데, 이걸 분양한다면 ‘식물폐기물’이 줄어들겠죠. 저희는 IT 기반으로 사람만 연결해주면 되니까 충분히 해볼만 한 일입니다. 이런 유기식물 분양서비스가 결국 기업들의 ESG로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루우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서비스는 커머스까지 끌어안은 형태다. 새벽배송, 구독형 소비 등 다른 분야에서는 소비형태가 많이 변했는데, 유독 화훼시장만 디지털전환(DX)이 느리다는 사실이 그 배경이다. 지금도 식물을 구매하려고 해도 그 농원이 식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포장해 보내주는지 소비자들은 정보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루우는 이용자의 생활환경과 등록된 반려식물 간의 연관성까지 확인해 맞춤형으로 반려식물을 제안하는 커머스를 지향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권 대표는 향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 구상도 전했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캐나다 등 흔히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교육 앱 중 이용자 수 기준 1위는 식물 앱이라는 사실이 그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가드닝과 IT의 만남은 국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도시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외국은 오히려 식물을 기르다 모르는 점은 앱에 물어보고 해결하는 것이 일상이 됐어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식물을 기르는 일이 자연스러워 저변이 더 넓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그루우의 서비스도 언어 변환만 하면 현지의 데이터로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메가시티에서 네트워크를 촘촘히 다져 선보이는 한국식 플랜트 앱 서비스를 내놓겠습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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