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강세에 美 가뭄 영향
현지 한인마트 요청으로 수출길 오르기도
미국·호주 수출 땐 관세 0% 이점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쌀값이 1년 새 25%까지 하락하자 폭락하는 쌀값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농업계에서는 쌀 수요 감소에 따른 내수 시장 대응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수출 확대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한식 수요가 증가한 데다가 환율 폭등으로 미국, 호주 등 현지에서도 국산 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미국에 수출한 쌀은 586톤(t)으로 전년 전체 수출량인 514t 대비 14% 증가했다. 미국은 쌀 해외 원조 국가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생산된 쌀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또한 2021년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2020년(1억3804만9000달러)보다 18.8% 증가한 1억6401만1000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미국은 K콘텐츠의 꾸준한 인기로 인해, 즉석밥, 떡류 등 한식 소비수요가 지속 증가하면서 21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올해 쌀 수출이 급증한 것은 ‘킹달러’와 쌀값 폭락이 맞물려 한국 쌀이 현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다. 여기에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면서 현지 쌀 가격이 급등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미국 서부 일부 지역은 지속된 가뭄으로 용수 확보에 문제가 생기면서 논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그동안 한국 쌀은 국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싸 수출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식의 인기가 증가한 데다가 현지에서 쌀값 경쟁력을 갖추면서 현지 한인 마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여수임금님표이천쌀은 지난달 12년만에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2010년 수출 때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에서 70여개 점포를 갖고 있는 대형 한인마트의 요청으로 쌀 수출이 성사됐다. 임금님표이천쌀은 미국의 또 다른 대형 마트와 싱가포르에도 수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미국, 호주와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국내에서 쌀을 수출할 때는 특혜 세율을 적용해 관세가 붙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쌀 소비가 줄어들고 해외 한식 열풍과 더불어 중장기적인 쌀 수출 전략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율에 의해 발생한 가격경쟁력에 의존하기보다 유기농 등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쌀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져 원조 물량을 제외하고 수출 물량은 1600t 내외에 그쳤다”라며 “앞으로 국내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만큼 수출 비중을 늘려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기농 등 고품질 쌀을 생산해 현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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