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북미 펀드들의 설정액이 급증했다. 하지만 미국 증시도 하락하면서 수익률은 부진했다. 다만 환노출 상품은 환차익으로 손실폭이 작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0일 오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펀드 가운데 북미 주식형 펀드 91개의 설정액은 연초 이후 3조5407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권역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 증가 규모가 4조314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증가분이 북미 펀드에서 발생했다.
올해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 유럽 상품의 설정액은 531억원 줄었고 아시아(-84원), 중남미(-65억원), 신흥국(-21억원) 등도 일제히 감소세였다.
같은 기간 북미 채권형 펀드 32개의 설정액은 5324억원 증가해 전체 권역의 채권형 펀드 설정액 증가 규모(4822억원)를 웃돌았다.
북미 펀드의 설정액이 불어난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결과로 해석된다. 달러 가치가 오른 데 연동해 원화로 환산한 설정액 규모가 커진 탓도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0.2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가치는 높아졌지만, 미국 증시도 약세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북미 펀드의 수익률은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올해 들어 19.57%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23.62%, 31.37%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북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19.92%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북미 채권형 펀드는 3.69%의 수익을 내며 전체 수익률(-0.45%)을 웃돌았다. 다만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 노출형 펀드 상품은 상대적으로 손실 폭이 작았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환 헤지형과 달리 환 노출형은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로, 강달러 환경에서는 환차익을 통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 환 노출형 상품이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북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증권자투자신탁' 펀드 중 환 헤지형 상품들은 모두 연초 이후 16%대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환 노출형 상품들은 손실을 보지 않았다.
환율이 1440원까지 치솟은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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