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체, 中 경기둔화로 수요감소 장기화
친환경 전환 압박까지 가중
철강·정유업체도 수요하락 ‘조마조마’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최근 국내 기업들이 이른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 등 금융통화 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보다 더 두려워 하는 것은 바로 수요 부진이다. 이는 경기 수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금융통화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한번 꺾이게 되면 상승 전환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구조 요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업은 투자를 축소하고, 국민들은 소비를 줄일 것이어서 이같은 수요 감소는 각 회사들의 재고를 늘리고, 이는 제품값의 하방압력으로 이어져 실적을 악화시킨다.
최근 오랜 동안 가장 수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곳은 석유화학 업종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으로 큰 이익을 낸 정유사와 달리 석유화학회사들은 올라간 납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원가 상승분 만큼의 손실을 보고 있다. 올라간 납사 가격을 판가에 전가하려고 해도 안 그래도 위축된 수요가 더 감소할 수 있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또 석화 업체들은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부진에 따른 타격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고 이는 국내 석화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 내 석화 설비 증설로 자체 충당 비중이 올라간 탓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작년 동기(2978억원 흑자) 대비 적자 전환됐다. 대한유화, 여천NCC 등도 올해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에 매출 2조2439억원, 영업이익 354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3%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석화사들의 재고는 계속 쌓이고 있어 공장 가동률을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192개 기업의 재고자산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업종 중 석화 업종의 재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석유화학 업종 26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작년 상반기(16조5770억원)보다 71.0% 늘어난 28조3531억원으로 집계됐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2022년 들어 화학사 실적 부진이 심화되면서 석화산업에 대한 시장 내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수익성 하락의 핵심 원인은 수급 저하(설비 신증설에 따른 공급 확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가부담(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역대 최고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정유사들도 현재까지는 양호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 수요가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 속 비상 전환 채비를 하고 있다. 100달러를 훌쩍 넘었던 국제유가가 최근 크게 떨어지면서 정제마진도 급락했는데 여기에 경기 침체 도래시 수요와 가격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중단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에는 3600억원 규모의 CDU(상압증류공정)·VDU(감압증류공정) 설비 신규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CDU·VDU는 원유를 끓여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로, 2019년 5월 해당 설비에 대한 신설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투자중단 배경에 대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발생과 글로벌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공사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침수 피해로 고초를 겪고 있는 철강업계도 수요 부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세계적인 경기 악화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철강재의 주원료인 유연탄과 철광석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열연강판 등 주요 제품의 유통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재고량이 늘자 포스코는 지난달 선재 2만t, 스테인리스 5만t을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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