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10월 1일 ‘공포의 하얀 차,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의 출소’ 편을 방송한다.
이날 방송에서는 출소를 앞둔 김근식의 지난 범행을 분석해보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현재 상태와 재범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한편, 미성년 성폭행 범죄를 예방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공포
“나이가 30~40대였고, 마른 느낌이 아니라 탄탄한 느낌의 그런 사람. 사진이 그 사람이랑 비슷한 느낌이 있는 거예요.”- 서문주(가명)씨 인터뷰 중 -
올해 34살의 서문주(가명) 씨는 요즘 지옥에 살고 있다. 그녀를 괴롭게 한 건 한 남자에 관한 뉴스였다. 안타깝게도 초등학교 4학년 때 낯선 어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던 문주 씨. 잊히지 않는 그날의 비극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랜 기간 성인 남자가 무서웠다고 한다.
아쉽게도 당시 범인도 잡지 못했던 상황.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범인으로 기억나는 사람이 나타났다. 뉴스를 통해 범인의 얼굴을 알아보게 되자, 당시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문주 씨. 그녀가 지목한 뉴스 속 사진의 주인공은 55살의 김근식. 그는 이번 달 출소를 앞두고 있는 아동 성폭행범이다. 그가 출소하면 아이들을 상대로 다시 천인공노할 범행을 저지를까 봐 걱정된다는 문주 씨. 과연, 김근식은 어떤 범죄를 저질렀던 걸까.
-인천 공포 괴담, 하얀 차 아저씨
“어디까지 사실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제가 12살이었는데... ‘여자아이가 납치됐다.’, ‘OO초등학교에서 누가 당했다.’ ‘하얀 차 아저씨를 조심해라.’ 이런 소문이 있었거든요.”- 당시 인천 주민 -
2006년 인천, 오전 8시가 채 안 된 시각. 평소처럼 등교하던 아이 앞에 낯선 아저씨가 나타나 말을 걸었다. “꼬마야, 아저씨가 이거 다 들기 어려운데 네가 좀 와서 들어줄래?” 보통의 키, 다소 마른 체격, 무섭지 않은 인상의 평범한 아저씨는 아이에게 나쁜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한 치의 의심 없이, 어쩌면 남을 돕는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는 아저씨를 따라갔다. 그렇게 하얀 차 아저씨를 만났던 아이는 이후 교실 책상에 엎드려 울며, 친구들에게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안타깝게도 인천 지역에 떠돌던 괴담은 사실이었던 것. 그것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극, 연쇄 아동 성폭행 사건의 시작이었다. 범인은 바로 김근식이었다.
-하얀 차를 찾아라.
“특징이 그거예요. 투톤 흰색인데... 후사경, 선루프, 루프랙. 그게 있는 차량을 추렸는데, 그것만 해도 6천몇백 대가 나왔어요.”- 당시 수사 관계자 -
2006년 발생했던 김근식의 범행은 처음부터 드러나건 아니었다.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2006년 5월과 6월 사이, 보름 동안 인천 지역에서만 3건의 아동 성폭행 사건이 접수됐다. 피해를 입은 아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범인은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 달라며 말을 걸었고, 하얀 차를 타고 다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경찰은 각기 다른 사건이 아니라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피해자들의 진술과 주변 탐문 조사를 통해 용의자를 추적했다. 신출귀몰하던 범인에 대한 결정적 단서는 범행 현장 인근에서 입수한 CCTV 영상에서 찾았다. 차량 번호판은 식별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언급했던 하얀 차에서 범인이 내리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었던 것. 이를 바탕으로 하얀 차의 차종을 확인하고 범인에 대한 단서를 추적했던 경찰. 하지만 차량을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고, 경찰 수사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4명의 피해자가 또 발생했다.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고, 경찰이 범인의 신원을 확인해 공개수배가 진행되자, 드디어 검거된 범인. 공포의 하얀 차 아저씨는 39세의 김근식이었다. 공개수배로 도주 중인 상황에서도 범행을 멈추지 않은 김근식. 그는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을 벌였던 것일까.
-출소 후 16일 만에 범죄를 반복했던 과거, 그리고 다시 출소 전야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된 김근식의 성폭력 사건은 5개월 동안 총 12건. 2006년 5월부터 검거된 9월까지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미성년자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놀라운 것은 김근식의 연쇄 성폭행이 그가 출소한 지 겨우 16일 만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더욱이 그가 교도소에 있었던 이유는 미성년 성폭행이었다. 5년 6개월이나 수감생활을 하고 나왔어도 자신의 추악한 욕망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일까. 2006년의 연쇄 미성년 성폭행 사건으로 결국 15년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된 김근식.
그런데, 그런 김근식이 이번 달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잊혔던 공포의 하얀 차 아저씨가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과거에도 출소하자마자 아동 성폭행을 반복했었기에 그의 출소를 두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 언론을 통해 그의 출소 소식과 사진도 공개되었다. 과연, 김근식은 과거를 반성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까.
-살인보다 더한 영혼의 파괴자 아동 성폭행범, 그리고 재범의 가능성
2006년 당시, 김근식을 조사했던 형사는 성인엔 관심이 안 가고, 아이들만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는 진술을 했던 그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동 성폭행으로 죗값을 치르고 출소하자마자 연이어 12건의 아동 성폭행을 또다시 저질렀던 김근식. 그는 자신의 추악한 욕망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일까. 올해 55살의 나이로 출소하는 그가 재범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관계가 없는 아이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점, 범행이 10회 넘게 반복된 점 등으로 볼 때, 김근식은 성범죄자 중에서도 재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그가 피해 아동들의 성기 일부가 파열될 정도로 흥분 상태를 보였던 것으로 볼 때, 소아성애증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불행하게도 소아성애증은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법무부는 김근식을 1대1 전자감독 대상자로 지정하고, 주거지 및 외출, 여행 제한 등의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재범 위험이 높은 소아성애 아동 성범죄자를 무기한 치료감호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과연 김근식 같은 아동 성폭력 범죄자를 예방하고,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에 충분한 것일까.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고민해봐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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