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공정 이어 전체 공정 번지면 생산 차질
하반기 가격협상서 철강업계 입김 세질듯
조선업계, 대안 모색 …中 저가품이 변수
충남 당진제철소 후판공장에서 생산된 뒤 쌓여있는 현대제철 후판 제품[현대제철 제공]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생산 중단에 현대제철 노동조합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철강재 수급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 노조의 게릴라 파업에 따른 수급 불안이 후판 제품에 집중되면서 조선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 4개 지회(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는 지난 24일부터 게릴라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집행부는 긴급 파업 지침 3·4호를 하달해 후판·특수강 압연 등 후공정 라인에서 파업을 이어갔다. 당진공장 내 사장실을 146일간 점거하며 농성을 이어간 데 이어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쟁의행위에 돌입한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당장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후처리 공정에 파업이 집중돼 다행히 생산 차질은 미미하다”며 “그러나 향후 전체 공정으로 파업이 확산하면 고객사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산 차질 우려가 큰 품목은 조선용 후판 제품이다. 조선업계의 연이은 수주로 후판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생산 중단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 압연라인은 앞서 태풍 힌남노로 인한 냉천 범람으로 생산이 중단됐다. 복구까지는 최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제철소의 후판 생산량은 국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업계는 조선용 후판의 2~3개월 치 재고가 시장에 존재하고, 광양제철소 등에서 대체 생산이 가능해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대제철마저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급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후판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에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실제 후판 수입가는 1주일 전보다 9.5% 오른 1t(톤)당 115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보다 약 25% 오른 수치다. 인하가 유력했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주도권이 조선업계에서 철강업계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편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이후 구매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연일 후판 물량 확보를 위한 비상대책 회의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구가 지연될 것에 대비해 일본·중국산 후판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제 중국 주요 철강사들은 국내산보다 1t당 30만원가량 낮은 90만원에 후판 공급가를 제안하며 국내 철강업체의 공백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