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산재사망율 OECD 수준으로 낮출 것”
“책임 기반 자율안전관리체계 강화해야”
“시행령 개정 검토사항 많아 충분히 검토”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초청강연에서 ‘새정부의 산업안전보건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 산업재해가 지속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가 산재사고 감축을 목표로 내달 중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컨설팅 확대, 기술 지도 등 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정계를 비롯한 각계의 최대 관심사인 시행령 개정은 시간을 두고 진행할 예정이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초청강연에서 “현 정부 들어 국정과제로 채택된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축이 최대 현안”이라며 “이를 위해 방향성을 확실히 설정해야 하고 로드맵을 내달 중 마련해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류경희 본부장은 지난달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본부장으로 임명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산재사고 예방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새정부의 산업안전보건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에서 류 본부장은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하겠다는 정부는 없다”면서 “로드맵의 큰 방향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만 명 당 사망자수인 사고사망만인률이 0.43이었는데 이를 절반 수준인 0.29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역대 최저수준인 828명으로 2019년 이후 3년 간 800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고사망만인률은 2017년 0.52에서 지난해 0.43으로 5년 간 하락세를 보였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의 사망자 비중이 50.3%로 가장 컸고 제조업이 22.2% 수준이었다. 규모별로는 건설업과 제조업 모두 50인 미만에서 70%가 넘어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이 사고율이 높았다.
류 본부장은 “시계열로 분석해보면 사고사망만인률은 1.0대에서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어서며 0대로 내려왔고 3만달러에 0.5 수준이 됐는데 현재는 정체기 상태”라며 “이제는 발생빈도를 확실히 줄여 사망자 수를 400명 정도까지 낮춰야 한다”고 했다.
다만 “최근 특별고용, 외국인 노동자, 고령자 등이 많아 통계상 분자·분모가 많이 바뀌고 있어 작년 기준 절반인 0.21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으로 잡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초청강연에서 ‘새정부의 산업안전보건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고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산재 예방에 중점을 두고 윤석열 정부 출범 국정과제로 수립한 ‘산업재해 예방 강화 및 기업 자율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위한 관련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마련 추진, 산재예방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 강화, 현장 변화를 유도하는 예방 중심 감독, 산업안전보건법령 정비 등이다.
산재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소규모 사업장은 산재예방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고위험 사업장은 무료 기술지도를 하고 컨설팅도 확대한다.
위험한 기계·기구를 교체하고 노후하거나 위험한 공정 개선을 지원하고 전문 컨설턴트도 2026년까지 4000명을 육성한다. 모기업과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안전보건개선 계획을 수립해 이행하는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현장 감독도 사후적발보다는 사전예방 중심으로 감독체계를 전환하고 중대재해 고위험사업장을 중심으로 정기감독을 실시하고 취약사업장에 대한 현장 불시점검 등도 시행한다.
류경희 본부장은 “과거에도 산재사망 감축을 위해 예방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처벌과 감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며 “위화력을 통해 예방조치를 강화할 수도 있고 감소 효과도 있겠지만 일방적인 단속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책임에 기반한 자율안전관리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로드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충분히 의견을 반영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 과도한 처벌규정 등을 이유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 합리적으로 법을 이행할 수 있도록 경영책임자 의무를 명확히 하는 등 시행령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손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 본부장은 “노사 양쪽에서 상충되는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 모두 검토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시행령은 심사숙고가 중요하고 언제까지 바꾸겠다고 계획된 것이 아닌 만큼 검토사항이 많으면 충분히 검토하고 숙의기간을 갖겠다”며 신중히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쟁점 중 하나인 최고안전책임자(CSO) 선임과 권한 부여,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처벌 적용과 관련해선 “시행령으로 담을 수는 없고 법에서 다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법 개정과 관련해선 “정부가 개정안을 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입법권은 국회가 가지고 있으며 관련법 개정안이 8개가 발의된 상태”라며 “대부분 현재보다 강화하는 방향이고 개별 입법 발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회 입법과정에서 지원하고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협력업체의 인프라 부족 등의 한계로 어렵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류 본부장은 “협력사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현장 소통체계의 부족에서 나오는 것일 수 있다”며 “정책이나 제도가 현장 근로자들에게까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평택 협력사 환경안전아카데미’ 사례를 언급하며 “외부의 의미있는 사례들을 참고해서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 활용 등을 통해 제대로 알려야 하고 이와 관련한 기법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