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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조원 버는 회사가 몸값은 113조원?…SK·인텔·퀄컴이 탐내는 ‘이 기업’ 보니 [비즈360]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모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올해 SK하이닉스(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판매 2위), 인텔(글로벌 반도체 판매 2위), 퀄컴(글로벌 팹리스 점유율 1위) 등 반도체 업계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모두 공동 인수 추진을 선언한 ARM에 대해 최근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ARM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다음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기로 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판매 1위인 삼성의 ARM과 ‘빅딜’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도대체 ARM의 어떤 매력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일까.

ARM은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영국 기업이다. 1990년 ‘영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던 에이콘 컴퓨터(Acorn Computer)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사업 부분을 분사하면서 설립됐다. 영국 에이콘컴퓨터, 미국의 주문형 반도체 기업 VLSI 테크놀로지, 미국의 정보기술(IT)기업 애플이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설립한 것. 에이콘컴퓨터에서 직원 12명이 오고, VLSI가 기술 장비 등을 제공했으며, 애플이 300만달러(약 42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ARM 설립 당시 CPU 분야 최강 회사는 인텔이었다. 인텔이 설계하고 생산한 CPU는 워낙 성능이 좋아 당시 경쟁사들이 따라잡기 힘들었다. 이에 ARM은 설립 초기부터 인텔과 다른 전략을 택했다. 인텔이 칩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ARM은 ‘저전력’, 즉 소비전력 최소화에 중점을 둔 설계 기반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PC가 아닌 애플의 스마트폰에 칩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데 이점을 확보했고, 스마트폰 판매가 급증하면서 ARM은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입지를 새롭게 하게 됐다.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칩은 현재 태블릿, 컴퓨터, 스마트 TV, 스마트 홈, 전기 자동차, 드론, 전자 여권 등 광범위한 기기·장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회사 측은 외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ARM이 핵심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상태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포함한 전 세계 스마트폰의 약 90%에 ARM의 기술에 바탕을 둔 칩이 사용되면서, ARM은 ‘팹리스 오브 팹리스(설계회사들의 설계회사)’로서 역량을 뽐내게 된다.

현재까지 ARM 디자인을 기반으로 약 2300억개 이상의 칩이 만들어졌다. 2021년 기준 ARM의 기술 로열티 수익은 전년보다 20.1% 증가했다.

회사는 2016년에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에 320억달러(약 45조원)에 인수됐다. 당시 손 회장은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ARM에 대한 손 회장의 애착이 크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비전펀드의 잇따른 투자 실패로 자금이 필요해지자, 손 회장은 ARM 지분 매각에 나서게 된다. 2020년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선도 기업 엔비디아가 약 400억달러(약 56조원)에 ARM 인수를 추진했지만 세계 주요 경쟁당국의 독점금지 규제에 부딪혀 올해 2월 딜이 무산됐다. 당시 경쟁당국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크, 퀄컴, 구글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엔비디아의 단독 인수를 반대하며, 스위스처럼 ARM을 ‘반도체 업계의 중립국’ 지위로 유지할 것을 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전 세계 정부가 반도체를 중요한 전략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화됐고, 이에 따라 ARM의 기술이 특정 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데 따른 반발 역시 커졌다는 분석이다.

ARM 이미지[게티이미지닷컴]

딜 무산 이후 소프트뱅크는 다시 2023년을 목표로 ARM의 미국증시 상장을 준비하게 된다. 그 사이 인텔(2월), SK하이닉스(3월), 퀄컴(5월)이 ARM에 대한 공동인수 추진 의사를 표명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헤럴드경제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ARM은 굉장히 중요한 회사인데, 특정한 누군가가 그 이익을 다 누리면 ARM을 인수하도록 (반도체) 생태계에서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이 ARM에 대한 공동 인수 추진(컨소시엄 구성) 의사를 밝힌 대외 첫 발언이다.

올해 2분기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3조1267억엔(약 30조5000억원) 순손실을 내며 여전히 ‘돈맥경화(돈이 원활히 돌지 않는 상태)’에 빠져있다.

ARM은 지난해 27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환율로 약 3조8000억원 수준의 수익을 낸 것이다. 그런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ARM의 상장 최소 몸값으로 600억달러(약 85조원)를 내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매출보다 약 22배 높은 몸값이다.

엔비디아의 ARM M&A 당시 800억달러(약 113조4000억원)가 거래대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인수시 100조원이 넘는 거래금액이 오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선 ARM의 인수에 신중한 접근을 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RM에 대한 딜이 어렵다는 것을 전문가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라며 “M&A를 해도 경쟁당국 리스크가 거래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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