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0.25%P 인상 전제조건 바뀌었다”...한은, 빅스텝 시사 [美 3연속 자이언트스텝]
몰아붙이는 ‘연준發 금리’에 깊어가는 고민
외환시장 영향 등 검토 인상 폭·시기 결정
올 연말 한미 금리차 1.4%P 벌어질 수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영향 성장 어려워”
22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시사한데 따른 여파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중인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임세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한국은행도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결정 이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기준금리 인상 폭을 더 키울 수 있음을 내비쳤다. 또 통화정책결정에 환율과 성장 등을 고려할 것을 함께 밝혔다.

▶이창용 한은총재 “환율 고려할 것”...‘빅스텝’ 시사=이 총재는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직후 “0.25%포인트 인상 기조가 아직 유효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수 개월간 드린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에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포워드가이던스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미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오늘 새벽 파월 의장이 얘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진 것이다. 우리(한은)는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미래 금리 전망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들은 올해 말 4.4%, 내년 4.4~4.9%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두 차례 남은 금통위에서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을 유지하게 되면, 올 연말 금리차는 최대 1.4%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총재는 “다음 금통위까지 2∼3주 시간이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 밝혔다.

이는 수입 물가를 부추기는 환율 상승도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준이 21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3.00~3.25% 올리면서, 한국의 기준금리 2.5%보다 상단이 0.75%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달러가치가 높아지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안정 뿐 아니라 고용안정도 있다. 고용상황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물가 잡기 전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힌 상황”이라며 “금리인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텐데, (한미간 금리) 격차가 커지면 환율 부담도 커지고 한은이 50bp(1bp=0.01%포인트)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성장 어렵다=이 총재가 직접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린다. 지난달 수입 물가(원화 기준)는 1년 전보다 22.9%가 올랐다. 한은으로선 물가안정이란 통화정책 목표를 위해서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내수 위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2분기 이후 ‘민간소비’에 성장을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는, 이자부담으로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면 성장마저 주저앉을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이 모두 강도높은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 때문도 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면, 수출 무역 경로를 통해 국내 수요도 둔화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출은 이미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현재(20일 기준)까지 누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92억1300만 달러로,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 “금융위기 수준 외화유출에도, 견딜 수 있어”=환율 상승 흐름에 따라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역대 최대유출률을 전제한 전체은행권(국내 은행 및 외국은행 지점)의 외화자금 확보액 대비 유출액 비중은 1개월 기준 41.8%, 3개월 기준 56.4%”라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금융위기 수준의) 대규모 외화자금 유출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은 충분한 외화자금 여유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분기 기준 41.9%로, 2012년 2분기(45.5%) 이후 가장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로서는 자본유출입 우려에 따른 외환시장 패닉 같은 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환율이 너무 올라 임계치를 넘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 쏠림현상 등이 나타나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전했다.

성연진·김광우 기자

yjsu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