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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흐 장인’ 코롤리오프, “음악 향한 끝없는 사랑이 원동력”
오는 23~24일 서울시향과 협연
‘음악적 동지’ 아내ㆍ제자와 내한
바흐 연주의 기본은 ‘과유불급’
“음악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원동력”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코롤리오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바흐를 처음 만난 건 ‘작은 전주곡 c단조’였어요. 일곱살이던 저를 완전히 매료시켰어요. 바흐를 연주할 때마다 이 세상과 삶이 의미 있다고 느낍니다. 흔치 않은 경험이지요.”

이 시대 최고의 ‘바흐 스페셜리스트’, 현존하는 ‘바흐 해석의 대가’로 불린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로 꼽히는 죄르지 리게티는 “단 하나의 음악만 들을 수 있다면, 코롤리오프의 바흐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코롤리오프(73)가 5년만에 한국을 찾는다.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코롤리오프는 “2017년 내한 공연에 이어 다시 한국의 멋진 관객을 위해 연주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옛 한국의 유서 깊은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만의 내한 공연은 특별하다. 코롤리오프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바흐는 물론 ‘코롤리오프 듀오’로 활동 중인 그의 아내 룹카 하지게오르지에바, 2007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안나 빈니츠카야가 한 무대에 오른다. 안나 빈니프카야는 그의 제자다.

코롤리오프는 “그들은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피아니스트이자 멋진 실내악 동료들”이라며 “이들과 훌륭한 음악 작품을 함께 연주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는 코롤리오프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첫 만남(9월 23~24일, 롯데콘서트홀·인천아트센터)이기도 하다. 공연에선 바흐의 ‘3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 D단조 1063’를 비롯한 다수의 곡을 연주한다. 무대에선 공연 시작 전 세 대의 피아노를 보는 공연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의 음악 애호가들이 바흐를 특히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바흐 스페셜리스트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하지만, 코롤리오프의 바흐는 깊이있게 악보를 파고든 연주, 우아하고 통찰력 있는 연주로 칭송받는다. 코롤리오프가 바흐를 연주할 때 중점을 두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그는 “페달을 과용하지 않고”, “아고기크(엄격한 템포나 리듬에 변화를 줘 다양한 색채감을 나타내는 방법)를 너무 과하게 넣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음색을 통해 프레이징(음악에서 연속되는 선율을 악구 단위로 분절하여 연주하는 기법)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롤리오프는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하인리히 노이하우스, 마리아 유디나 등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을 사사, 열아홉 살에 1968년 바흐 해석의 권위를 자랑하는 라이프치히 바흐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70대에 접어들면서도 코롤리오프는 음악가로서 꾸준히 도전하며 지치지 않는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들도 녹음해온 코롤리오프는 최근 스크랴빈, 메트네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이 담긴 새 음반을 준비 중이다. “음반을 내년 초 발매될 예정”이다.

그는 “음악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꾸준한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언젠가 연주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에도 집에서라도 나를 위해 늘 음악을 연주할 겁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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