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성 정부자금 취급 억울”
은행권 “손질 불가피” 비판
각 은행들의 소위 ‘이자마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예대금리차 공시가 두 달째를 맞았다. 지난달 정책서민금융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1위 오명을 쓰자, 이번에는 햇살론, 사잇돌대출 등 정책대출을 제외한 순수 가계 예대금리차를 포함해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시 체계 변경에도 문제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매월 각 사별로 변수가 튀어나오고 있어서다. 이번에는 정부자금을 유치한 NH농협은행이 시중은행 중 이자마진 1위를 기록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에 따르면 8월 한 달 농협은행의 가계 부문 예대금리차와 전체 예대금리차는 각각 1.76%포인트(p)와 1.78%p로 집계됐다. 5대 국내은행 중 예대금리차만 놓고 보면 가장 크다.
NH농협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의 대출금리는 4.23%로 다른 은행보다 크게는 0.3%p 가까이 낮다. 가계대출 금리 또한 4.26%로 낮은 수준인데, 예금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더 크게 쳐진데 있다.
NH농협은행이 금융소비자에게 박해서 예금금리가 낮은 건 아니다. 오히려 단기성 정부정책자금을 취급하는 NH농협은행 특수성이 작용한 결과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걷은 자금이 단기로 주로 운영되는데, 7월에 만기 된 것들이 8월 신규로 유입됐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번엔 보도자료도 나오지 않은데다, 소비자포털 공시에 이런 설명도 없던 터라 NH농협은행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릴 방법이 없다.
금융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시작된 예대금리차 공시는 취지와 달리 상황별 특수성 등을 반영하지 못해 비판에 부딪혔다. 실제 지난달에는 정책상품을 적극 취급한 신한은행 등이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국,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를 신규로 추가하기로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은행들은 매월 변수가 튀어나오는 만큼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대출금리 또한 실질적인 우대조건 등이 모두 배제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금리와 상당한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식이면 매 공시때마다 대수술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국과 은행연합회는 공시 자체가 ‘참고’의 성격이 강한 만큼 당분간 현 공시 체제를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마다 매월 각기 다른 이유들이 있는데, 이를 다 일일이 반영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고, 금융소비자들 또한 해당 공시를 참고용으로만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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