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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 고점 어딜까”…달러예금 빠지고, 달러채권·엔화 기웃
美연준 추가 금리인상 초읽기에 시장상황은
달러예금 7월 말 대비 5억달러↓
환율 1400원 턱밑, 고점예측 불가
전문가 “환차익 수요 크지 않아”
엔화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20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393.6원)보다 3.6원 내린 1390.0원에 개장한 가운데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박해묵 기자

“달러를 보유한 자산가들은 달러 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 1300원대부터 차익실현에 나섰고, 미국 주식 등에서 돈을 빼기 시작했다”

강도높은 긴축에 달러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자산관리 셈법도 달라졌다. 특히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로 상하단 예측이 어려워지자, 이를 고려한 투자 포트폴리오도 새롭게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추세적 강달러가 예상되지만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목전에 둔 만큼 환차익은 제한돼있어, 기존 달러 보유자들 사이에서의 달러 투자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환율 급등에 달러예금 감소…방향성 오리무중=지난 15일까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에 예치된 달러예금 잔액은 519억달러로 집계됐다. 7월 말 526억5800만달러에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8월에 513억4500만달러로 줄어들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5억달러 가량 소폭 증가했다.

개인들 움직임도 환율 상승에 편입해 달러를 사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1300원까지는 매도세가 강했으나 관망 상태로 돌아선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가 1000원 초반이었을 때 수요가 늘어나고 1300원 돌파했을 때 매도세가 있다가 지금은 딱히 방향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달러예금 추이를 보면 달러 환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달러 상승을 예상하고 있지만 ‘달러 사재기’를 하거나 투자를 하는 등 움직임은 현격하게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한수연 우리은행 TCE 강남센터 부지점장은 “지금 미국 시장이 좋지 않아 미국 주식을 사는 수요도 적어 달러 수요 자체가 크게 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우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면 환율 변동성이 지금보다 더 크고 상승 압력도 커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상대적으로 CDS프리미엄 등 지표들은 눈에 띌 정도로 불안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그렇게 포지션들을 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상단 1450원이지만…고점 예측 어려워=현재 원/달러 환율은 1400원 턱밑까지 오른 상황이다. 20일 오전에는 1380원대 후반을 등락하고 있다. 외환당국 개입에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미 기준 금리가 큰 폭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1400원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1400원을 돌파하면 1450원까지는 상단이 열려있다. NH투자증권도 이달 들어 기존 전망치인 연간상단(1380원)을 1차 저항선 1420원, 연말 145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레벨 부담에 따른 속도 조절은 있겠으나 유의미한 방향성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력이 더 있는 만큼 145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11월에 중간선거를 하는 상황에서 강달러를 당분간 용인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부채가 많지 않고, 부동산 대출 또한 40년 고정 모기지를 이용하고 있어 금리 민감도가 낮은 편이다. 즉 한미 금리차는 더 벌어질 확률이 높고 이에 따라 환율 상방 압력이 올라가면서 고점 예측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보유자는 달러 굴리고 엔화도 관심=다만 은행에서는 환율 상단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더라도 달러 투자를 권하지는 않고 있다. 환율 하방 요인이 크지 않지만 투자를 하기에는 수익률 차원에서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한수연 부지점장은 “지금 상황에서 10%면 1540원 정도인데 그렇게까지는 보고있지 않다. 단기로 트레이딩을 하면 모르겠지만 현 상황에서 달러 투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달러는 이미 보유자의 영역에 들어와 투자로 매수는 적절하지 않은 시기라고 생각하고, 일부 자산가들 중 달러 보유자들은 달러 채권에 투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달러 시기 유독 평가 절하가 심했던 엔화에 대한 투자 관심도 늘고 있다. 엔화는 970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정성진 부센터장은 “엔화가 970원대까지 많이 떨어져서 포트폴리오에 조금 담아도될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지점장은 “일본이 제로금리 시대를 끝낸다는 이야기가 나와 엔화가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에 일어날 일은 아니다”면서 “엔화 투자는 일본 경제가 앞으로 성장할 체력이 있는지를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자연·김광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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