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더 오르면 성장지표 흔들
美 울트라스텝땐 한은도 영향
연준 인사들 강경발언 계속 촉각
원/달러 환율이 경제위기 수준인 1400원에 육박하며 정부가 적극적 움직임에 나섰다. 외환시장 구두개입으로도 효과가 없자, 은행에 달러 주문 현황을 매시간 보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실시간 모니터링에 들어간 것이다.
환율은 20~21(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단기적으로 1400원 상단이 열릴지 결정될 전망이다. 22일에는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도 예정돼있다.
▶ “시간마다 보고” 강수 둔 당국...환율 무너지면 성장 무너진다=19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 주말께 달러 거래를 하는 외국환은행들에 주요한 달러 매수·매도 현황과 각 은행의 외환 관련 포지션에 대해 시간 단위로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은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 결정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지난 15일 1시께도 외환당국은 “최근 대외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 내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구두 개입과 동시에 10억달러 가까운 달러 매도 개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달러 환율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환율 상승이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당장 물가상승 제어가 어려워지고, 무역적자 폭을 키우는 등 경제지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입 부담을 키우는 고환율 상황은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중반 선을 터치하며 급등하기 시작한 8월 무역적자는 94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아예 경상수지 적자 전환도 언급된다. 한국은행도 “8월 본원소득수지(이자·배당·임금 등의 유출입)나 서비스수지 수치를 봐야겠지만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인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된다. 한은이 애초 제시했던 경상수지 연간 370억달러 흑자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은 독립적이나 Fed로부턴 아냐” 美, ‘울트라스텝’ 하면 한은도 ‘빅스텝’=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이로 인한 세계 주요국의 긴축, 그리고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는 다음달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 강도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선 이달 미 연준이 FOMC에서 적어도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최악의 경우 1.0%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은이 공언한 0.25%포인트씩 점진적 금리 인상 계획이 어그러질 확률이 높아진다. 앞서 이창용 총재는 “한은은 정부로부터는 굉장히 독립적이라고 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고 한 금통위원이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외부 충격을 한은이 통제할 수는 없고 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이 우리나라 10월 금통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다음달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한은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는 10월과 11월 두 번 남아 있다.
실제 이달 공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국제수지 관점에서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 차가 지속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향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역전기간이 길어지거나 주요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국내에서도 일부 외국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물가와 성장(경기) 사이에서 통화정책 결정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은 1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 침체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면 성장과 물가가 동시에 둔화되지만, 유럽의 경기 침체는 국내 성장률을 낮추나 물가 상승률은 확대한다”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 그 전개 상황과 경제적 영향을 주의 깊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준 인사들은 더욱 강경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달 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내년 중에는 금리 인하로 기조가 전환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4% 이상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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