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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달러' 한국 경제 위기 전조인가…"수출 둔화·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원화 가치 추락의 이유는…"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에 달러 강세"
"과거 외환위기 등에 버금가는 상황 아냐…대외건전성 안정적"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근접하면서 한국 경제가 놓인 상황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일 때를 제외하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기때문이다.

고환율 현상이 지속될 경우, 무역적자 폭이 커지면서 대표적 대외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복합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집행한다는 계획이다.

18일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1399.0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1,390원을 돌파한 데 이어 1400원까지 넘봤으나, 16일 1388.0원으로 마감하며 전날보다 하락했다.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당국의 개입이 1400원대를 막겠다는 목표는 아닌 것으로 보여 환율 1400원 돌파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에 이어 13년만에 1400원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례적으로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는 배경에 '킹달러'(달러 초강세)가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0여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0.75%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강도 높은 유동성 긴축으로 달러화는 몸값을 높이고 있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14.6% 상승했다. 이달 초에는 110선까지 오르며 2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달러 대비 일본 엔화는 24년만에 140엔대를 돌파하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30여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다른 나라 통화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이한 결과로 최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4.4% 떨어졌다. 달러 인덱스가 오른 만큼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의 대외건전성 지표도 안정적인 모습이다. 국가 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7월 50bp(1bp=0.01%포인트)대에서 최근 30bp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CDS 프리미엄이 낮을수록 신용 위험이 낮다는 의미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7월 말 기준 4386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한달 사이 21억8000만달러 줄었으나, 한국은행은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이와 비슷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오찬 강연회에서 환율 급등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상황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긴장하며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했으며 이러한 우려가 환율 수준에 반영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주요 동력인 수출 등은 둔화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6.6% 늘어나는 데 그쳐 석 달째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업의 재고는 빠르게 쌓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18.0%로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연준은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예고해 한미 금리 역전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8700만달러 적자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 3.6% 하락했다. 이 기간 달러 인덱스의 변동률(+0.9%)보다 더 크게 하락했는데, 무역적자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무역적자 폭이 커지면서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서면서 쌍둥이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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