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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수리남’ 속의 K-가장
중남미 마약 카르텔 ‘나르코스’와의 차별점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OTT는 신규 가입자를 늘리는 것과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잠금), 이 두가지를 위해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밑 빠진 독이 되지 않으려면 후자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OTT들이 콘텐츠들을 일괄공개 방식에서 순차공개로 변화하는 것도 가입자들을 오래 머물도록 가두고자 하기 위함이다.

기존 가입자가 떨어져 나가던 넷플릭스가 제대로 반등의 기회를 맞이했다. 한국어로 제작된 ‘오징어게임’이 에미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에 기술부문까지 총 6개 부문을 석권한 사실은 넷플릭스에 큰 호재다. 세계의 많은 사람이 ‘오징어 게임’을 봤지만, 아직 더 볼 수 있는 사람은 훨씬 더 많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Narco-Saints)도 반등의 호재로 작용한다. 공개 사흘 만에 세계 8위에 올랐고, 14일에는 3위로 올라섰다. 그동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모범가족’ ‘서울대작전’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기대와 달리 저조한 반응에 그쳤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소시민 강인구(하정우)가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중남미 국가에 한인이 들어가 마약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독특하고 참신하다. 마약과 연관된 국제범죄조직과 중국인 마피아 첸진(장첸)의 거점인 차이나타운 이야기가 글로벌한 느낌을 준다. 윤종빈 감독은 ‘나르코스’ ‘브레이킹 배드’와 자신의 연출작 ‘범죄와의 전쟁’을 참고한 듯하지만, 지역성과 글로벌한 공감대를 함께 갖춘 역작을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수리남’에는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그의 왕국 메데인 카르텔, 그리고 그를 쫓는 미국 마약단속국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물 ‘나르코스‘에는 없는 게 있다. 홍어 수산업자 이야기와 사이비 한인목사가 보여주는 교회 이야기다. 거기에 수리남의 교도소에 수감되고도 오로지 가족 생계와 아들의 성적을 걱정하는 강인구라는 K-가장의 모습도 잘 살렸다.

강인구 아버지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돌아와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트럭을 몰다 졸면서 사고로 죽는 모습은 윤종빈 감독이 덧붙인 허구다. 강인구 아버지는 표현은 안하지만 강인구보다 더 가족밖에 모르는 K-가장이다.

이로써 중남미 배경의 누아르에 한국적인 독특한 색깔이 만들어졌다. 강인구가 마약거래범들에게 지나치게 용감해 극적 리얼리티를 조금 떨어뜨리는 듯 하지만, 이 또한 윤종빈 감독의 장기인 영화적 설정으로 관객을 유입시키는 전략으로 보인다.

평범한 소시민이 마약사업에 연루되고 마약왕을 체포하기 위해 언더커버가 되는 강인구 역의 하정우와 ‘능청 연기의 1인자’로 목사지만 실상은 마약왕인 전요환 역의 황정민, 국정원 수사원이면서 하정우와 마약사업 동업자인 척 하는 최창호 역의 박해수, 반전 요소까지 갖춘 변기태 역의 조우진, 전요환의 고문변호사인 데이빗 박 역의 유연석 등 배우들의 연기가 볼만하다. 특히 조우진은 역대급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다.

‘킹덤’에도 헐리웃 B급 좀비 장르물의 형식에 한국의 궁과 배고픈 민초 좀비와 혈연에 집착하는 권력자 좀비 등 상반된 두가지 좀비가 K콘텐츠로서의 매력을 강화했다. ‘수리남’도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면서도 지역적인 이야기를 살리는 데 성공한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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