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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개월째 ‘얼어붙은 소비’...하반기 성장률도 빨간불 켜졌다
소비, 첫 5개월 연속 감소
내달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수출경기 회복도 낙관 어려워

올 하반기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2분기까지 생산과 투자가 모두 꺾이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0.7%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민간 소비가 경기를 떠받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8월 들어 소비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하반기 플러스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고물가에 실질임금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을 견인했던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 0.7%)은 OECD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35개국 가운데 20위에 머물렀다. 1분기(18위)에 견줘 두 계단 떨어진 순위다. 한국은 일본(0.9%)보다도 성장이 더뎠다. 수출 감소 탓이다. 2분기 수출은 1분기보다 3.1% 감소해 2분기 성장률을 1.0%포인트 끌어내렸다. 8월 무역적자는 94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이어가면서 8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달러에 달했다.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의 침체로 주력품목인 반도체 등 수출경기 회복은 하반기도 낙관하기 어렵다.

2분기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그나마 민간소비가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 1분기 0.5% 감소했던 민간소비는 2분기 2.9% 늘면서 1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지난해 2분기(3.3%)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는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가 부진해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올 3월 이후 계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가 5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치솟는 물가가 가뜩이나 가라앉은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오름세가 주춤하면서 7개월 만에 6%대에서 5%대로 떨어졌지만, 9월엔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각종 먹거리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미 8월 소비자물가 중 장바구니 물가로 인식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9% 급등했다. 지난해 3월(15.2%)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다. 실제 시금치 1㎏의 가격은 3만511원으로 지난해(2만334원)보다 50% 올랐다. 애호박은 개당 2655원으로 한 달 전(1503원)과 비교해 76.6% 상승했다. 라면, 초코파이 등 가공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요금도 줄지어 인상될 예정이다. 올들어 지난 4월과 7월에 두 차례 인상됐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오는 10월에 또다시 동반 인상된다. 택시 기본요금도 3년여 만에 2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의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세계 물가 폭등을 이끈 미국의 물가 관련 지표도 좋지 않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2개월 누적치로 8.3%를 기록, 예상을 웃돌았다. 8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보다 2.3% 상승한 것도 악재다.

우리 정부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는 2.6%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엔 각각 0.6%, 0.7%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0.1~0.2%씩만 성장해도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2.6%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세 등에 따른 소비 위축과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둔화 등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8로 전월보다 0.5포인트 올랐지만,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0.3포인트 하락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인 경기 부진 속에 물가가 오르고 있어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유럽 등 대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한은 전망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부인하지 못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까지 소비가 5개월 연속 줄어들자 “전반적인 경기 회복 흐름은 유지되고 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금리 인상 등 대외 측면의 어려움이 지속되며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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