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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밀꽃 진 자리 붉은 백일홍...그 위로 ‘쨍한’ 달빛
순결·열정·행복의 도시…평창 속살과 마주하다
하늘목장에 서면 대관령 넘는 ‘해무의 섬’ 한눈에
원시림·야생화 산책코스에 양떼·승마 체험까지
케이블카로 오른 발왕산 630도 회전 스카이워크
별·은하수 바라보기 명소로 뜬 청옥산 육백마지기
효석문학관에 들어서면 허생원의 기막힌 밤 체감
관동풍류의 길 즐기고 싶다면 월정사 탐방도 유익
9월이 되면 평창 속사천변 들녘을 가득 메운 천만송이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핀다. 100일 동안 붉게 핀다하여 붙여진 백일홍 축제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진다..

가을 상징하는 어휘는 상쾌, 풍요, 결실인데, 평창은 순결, 열정, 행복이다. 9월이 되면 평창 속사천변 너른 들녘에 붉은 백일홍 천만송이가 흐드러지게 핀다. 축제는 12일 끝났지만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백일홍의 열정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10월까지 이어진다.

백일홍의 꽃말은 순결과 행복이다. 봉평장 장사꾼 허생원이 ‘과속스캔들’ 처럼 생각지도 못한 친아들 동이와 조우하는 풍경 처럼 따스하고, 대관령 하늘공원·육백마지기 마을의 청정생태, 들소들이 뛰고, 양떼들이 걱정없이 풀을 뜯는 풍경 만큼 맑고 순수한, 평창의 초가을은 백일홍을 닮았다.

평창에는 태풍으로 절반쯤 낙화된 메밀꽃도 백록(白綠)의 병치혼합으로 아직은 남아있다. 이효석이 허생원을 등판시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들리듯 하고, 소금을 뿌린듯한 흐붓한 달빛 아래 숨막힐 지경이며,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했던 그 메밀밭이다. 그리고 성서방네 처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 난 뒤, 자신도 연정의 마음이 있었기에, 만리장성을 쌓아 동이를 잉태하게 된,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다”며 딱 한 문장으로만 묘사했던 베드씬 장소, 봉평 물레방앗간 순정 역시, 여행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멜랑꼴리하게 회자되는 평창이다. 백일홍 꽃밭 말고도, 장평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서 시작돼 금송교를 지나 영동고속도로 주변길로 연결되는 진뚜루마중길에선 황화코스모스와 과꽃 군락도 만난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떼 모습.

▶하늘목장=대관령 동편에 해무가 가득하면 봉우리는 섬이 된다. 여름과 가을 사이 바다와 육지의 온도차로 만들어진 수증기 군단이 서진하기 위해, 백두대간 중 그나마 만만한 대관령을 버겁게 넘어오려 할 때, 대공산성, 새봉 등은 천상 바다의 섬이 된 듯한 풍경을 빚어낸다. 하늘공원이 이 풍경의 조망 포인트이다. 대관령면 꽃밭양지길 높은 산지에 둘러싸인 하늘목장은 선자령 바로 밑에 있다. 젖소 400여 마리, 면양 100여 마리, 말 40여 마리가 걱정없이 풀을 뜯다가 탁 하는 소리가 들리면 일제히 돌아보거나 덩치 큰 말들을 조향장치 없이 아무데로나 달음질 친다. 트랙터 마차를 타면 5㎞ 코스를 따라 목장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해발 1000m에 위치한 하늘마루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쪽 목장, 올림픽 스키점프대, 동편 바다쪽 경관이 다채롭다. 4개 테마의 산책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닮은 ‘너른풍경길’, 원시림과 야생화를 벗하며 걸을 수 있는 ‘가장자리숲길’ 등 저마다 매력을 뽐낸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양과 뛰놀 수 있는 양 떼 체험, 전문 코치와 함께 말을 타는 승마 체험, 송아지와 망아지 등에게 먹이를 주는 아기동물 체험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높은 사진에 둘러싸인 하늘목장의 초가을 해무 모습

▶발왕산 스카이워크=해발 1458m의 발왕산은 국내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총길이 3710m의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어 쉽게 정상 등반이 가능하다. 케이블카 덕분에 ‘땀성비’가 좋은 것이다. 정상에 오르면 ‘기(氣) 스카이워크’가 자리하고 있다. 발왕산은 ‘왕의 기운을 가진 산’이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산세가 웅장하고 기운이 영험해 명산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이다. 가운데에는 스스로 회전하는 360도 턴테이블이 자리해 있다.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 깨끗한 공기가 지친 몸을 정화시켜준다.

▶별과 은하수 명소, 청옥산 육백마지기=‘웰컴 투 동막골’ 촬영세트가 있는 평창 미탄면의 청옥산(1255.7m)은 곤드레 나물과 더불어 청옥이란 산채가 자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 부근의 평탄한 지형이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곳이란 의미로 ‘육백마지기’라 불리기도 한다. 축구장 여섯 개 정도를 합쳐 놓은 넓은 초원이고, 정상에는 넓은 농경지와 풍력발전기가 장관을 이룬다. 최근에는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보기 위해 ‘차크닉’이나 ‘차박’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하늘 위로 드넓게 물드는 붉은 노을도, 검은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도, 청정 대기와 함께, 그야말로,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다만, 안전과 자연 보호를 위해 취사는 절대 금지이다. 야생화와 산나물이 많기로 유명한 청옥산은 춘궁기 산나물을 뜯어 연명하던 산촌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인 ‘평창아라리’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평창아라리는 최근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에 정선, 태백과 함께 포함되어 있다. 육백마지기로 오르는 길 바로 옆에 자작나무숲이 자리하고 있다. 흰 수피와 초록색 이파리가 멋지게 어우러진 명품 숲이다. 평창 인생샷 포인트.

이효석 문학관 내부에 있는 이효석 동상.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 번쯤은 안고 가는 관광 명소중 하나다..

▶효석달빛언덕=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에 자리한 ‘효석달빛언덕’은 이효석 선생의 생애와 근대문학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문학 테마 관광지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을 모티브로 책 박물관, 근대문학체험관, 이효석문학체험관, 나귀광장&수공간, 테마형 경관, 효석광장 등을 두었다. 근대문학체험관은 1920~1930년대 이효석 작가가 활동했던 근대의 시간과 공간, 문학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한국의 근대 문학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꿈꾸는 달은 이효석의 기억과 추억들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카페, 작은 도서관, 기념품 판매점 등 휴게공간이 함께 마련됐다. 각종 문화행사와 공연이 열릴 예정인 나귀광장&수공간과 효석 달빛언덕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는 달빛나귀 전망대도 있다. 사계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꿈꾸는 정원과 창밖의 달 모형을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연인의 달, 달빛나귀 전망대와 꿈꾸는 달 카페의 옥상을 잇는 하늘다리, 달빛광장 등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이효석문학관=소설을 쓰는데 몰두하고 있는 이효석 동상을 많은 여행자들이 껴안는 것으로 유명한 이효석 문학관에는 선생의 작품 일대기와 육필원고 유품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짐승같은 달빛’, ‘소금을 뿌려놓은 듯 흐붓한’,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지’하는 구절의 전후 사정을 시청각으로 흡입하는 문학전시실은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소설속 내용을 재현한 창작실, 옛 봉평 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 어린이용 영상물 등을 통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맑고 평화로운 평창은 역대 가장 성공한 올림픽을 개최한 곳이라는 자부심도 크다. 또 월정사는 한국에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유산 방문캠페인 ‘관동풍류의 길’, 그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함영훈 기자

[취재도움: 평창군, 지엔씨이십일]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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