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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평등한 사회 속 상대적 박탈감, 청년 자살 위험 높인다"
보건사회 연구 논문…'박탈감→부정적 미래전망→고립감→자살위험'
자살, 10~30대 사망원인 '1위'…"박탈감 줄이도록 기회평등 높여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청년들의 자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이수비·신예림·윤명숙)을 보면 연구팀은 전문여론조사기관 K에 의뢰해 지난 2월7~14일 전국 19~39세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웹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별, 연령, 거주지역이 수도권인지 여부, 부채 여부, 경제활동 상태, 1인가구 여부, 가구소득, 개인소득, 상대적 박탈, 미래전망, 사회적 고립, 자살 위험성 등의 변인 간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그 결과 자살 위험성과의 상관계수(높을수록 상관관계 높음)는 여성(0.117), 직업이 없음(0.180), 가구 소득 낮음(0.172), 부정적인 미래 전망(0.249), 사회적 고립감(0.309)과 함께 박탈감(0.291)에서 높게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2022 자살백서에 따르면 2020년 자살률은 40대 이상은 모두 줄었지만 30대 이하에서는 모두 증가했다. 20대의 증가율이 특히 12.8%나 됐다. 고의적 자해(자살)는 2020년 사망원인 중 5위에 해당하지만, 10∼30대에서는 사망원인 1위다. 40대 미만에서 2017년 이후 3년간 고독사 비율은 62%나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청년층의 자살은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 취업, 실업 등의 표면적인 지표를 통해 주로 논의됐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런 요인들 뿐 아니라 상대적인 박탈감이 청년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된 경로 중 하나라는 가설을 세웠다. 상대적 박탈감이 미래전망과 사회적 고립감이라는 2가지 요인을 매개로 해 자살 위험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는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상대적 박탈감이 클수록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고, 이는 다시 사회적 고립감을 높이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자살 위험성이 커진다는 가설이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입증된 것이다.

연구팀은 “청년층의 고독사, 자살은 정신건강 서비스만 제공해서 해결할 수 없는 다층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는 문제”라며 “청년들의 문제를 ‘취업 만능설’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지속적이고 다차원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덜 느낄 수 있도록 기회의 평등을 제고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 무망(희망 없음)감을 희망으로 변화시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승자와 패자만을 구분하는 신자유주의적 방식이 청년층의 꿈을 어떻게 앗아가고 삶의 끝으로 몰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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