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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경지 5%만 써도 전국민 90% 전력생산”…환경·농촌·국민 모두 사는 ‘영농형 태양광’ 현장 가보니 [비즈360] 
2019년 경남 함양 기동마을 시범발전소 준공
농경지서 생산·발전 병행
광포화점 초과 빛 사용으로 효율성 제고
빛 일부 가리는게 작황 도움…폭염 등의 피해도 막아
한국 정책지원 열악…사용한도 ‘8년의 덫’ 갇혀

[헤럴드경제(함양)=서경원 기자] 농지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함으로써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방안으로써 ‘영농형 태양광(Agrivoltaics)’이 주목받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하 한화큐셀)과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1일 경상남도 함양군에 위치한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이하 기동마을 발전소)에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발전사업을 지원한 한국남동발전, 발전소를 운영 중인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시공협력업체인 클레스 관계자, 영농형태양광 표준화 국책과제를 연구하고 있는 영남대학교 정재학 교수 연구팀 등이 참석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경지에서 농산물 생산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것으로, 작물 생육에 필요한 포화 광합성량인 광포화점을 초과하는 태양광을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토지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기동마을 발전소는 지역 주민으로 이루어진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노령 농민의 농지를 임대하고 약 100㎾ 규모의 영농형태양광 전용 모듈을 설치한 곳으로, 연간 약 15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 발전소는 한국남동발전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2019년 4월에 준공됐으며 전력 판매 수익금은 마을회관 보수, 공동 CCTV 설치 등을 위한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에 설치된 영농현 태양광 구조물
농경 지장 최소화 설계…폭염·폭우·냉해 막는 ‘그림자 효과’도

농지에서 농작을 멈추고 발전만 진행하는 일반 농촌 태양광과 달리,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 생육에 필요하지 않은 빛을 사용하여 전력을 생산해 농지의 궁극적 목표인 농경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다. 가령 벼의 광포화점은 50klus(킬로럭스)로, 이를 초과하는 태양광은 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영농형태양광은 모듈의 크기와 배치, 각도 등을 조절해 작물 재배에 적합한 일조량이 공급되게 하면서 남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또 영농형 태양광은 하부 농지에서의 농경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설계, 시공한다. 영농형 태양광은 토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 철거가 용이한 구조물을 사용하며 이앙기, 콤바인 등의 농기계가 다닐 수 있도록 3~5m 높이에 모듈을 설치한다.

영농형 태양광의 환경안정성과 농경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한국남동발전과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실증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토양에서 카드뮴과 수은 등 중금속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다른 토양 물질들도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은 비교 부지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찰됐다. 영농형태양광 하부 농지의 작물 수확량은 기존 농지와 비교해 최소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영농형 태양광은 폭염, 폭우, 냉해 등 악천후에 따른 농작물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그림자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동마을 발전소를 찾은 장재학 영남대학교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이 물 증발을 막아 토지의 습도를 유지해 가뭄을 예방할 수 있고, 겨울철에는 추운 공기의 흐름을 막아 냉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기술원과 국내 전력 기업이 2018년부터 실시한 영농형 태양광 실증조사에서 녹차의 수확률은 11%, 포도의 수확률은 2% 증가했다. 녹색에너지연구원이 2019년부터 실시한 실증조사에서는 녹차의 수확률이 5~21%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에서 2016부터 2년간 진행한 실증 사업 결과, 일반적인 시기에는 영농형태양광 발전소의 작물 생산량이 일반 노지 대비 낮았지만, 무더위가 심했던 2016년에는 작물의 생산량이 일반 노지 대비 높게 나왔다.

농지감소 ‘방패’ 역할…발전수익은 농경소득의 3~5배 달해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농지 소유자가 농지의 지목을 변경하지 않고 농경을 지속하도록 하는 유인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국내 농업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고령화되고 있으며, 농지 면적도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농지 면적은 2011년 169만8000ha(헥타르)에서 2020년 기준 156만5000ha로 약 8% 줄었다. 특히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 면적은 연간 약 2000ha씩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2016년 약 250만명에서 2021년 약 220만명으로 5년 만에 약 12%가 줄어들었다.

영농형 태양광은 위기에 처한 농촌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정재학 교수 연구팀이 2021년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계산한 결과, 100㎾ 규모의 발전소를 기준으로 연간 787만원~1322만원의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면적의 농지(약 700평)에서 벼 농사를 지을 경우 기대되는 연간 농경 소득인 약 240만원의 3~5배 이상에 달한다.

또한 영농형 태양광의 활성화는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 및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환경연구원이 2021년 5월에 발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농지 면적 총 1만5760㎢(약 160만 ha)의 5%에만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도 약 34GW(기가와트)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 이는 국내 총 인구의 90%가 넘는 약 4800만 명이 가정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또한 우리나라의 지난해 태양광 신규 보급량이 4.4GW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8년간 신규로 보급할 수 있는 양에 맞먹는다.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해 국내 시범단지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S인증 중에서도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에 대한 추가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영농형 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한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단지 등 국내 다양한 실증 단지 등에 영농형태양광 모듈 납품 및 설치를 완료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전무)은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책”이라며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적합한 모듈을 제작, 공급하여 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한편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일본 등은 활성화 위한 제도지원…한국은 사용한도 8년 불과

현재 국내에서는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공기업,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영농형 태양광 관련 실증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영농형태양광 제도개선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한화큐셀은 국내 학계 및 중소기업과 함께 농림부 산하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진행하는 영농형태양광 표준모델 개발 국책 과제에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부터 영농형태양광 발전소를 농작물 보호시설로 규정하고 매년 15㎿ 설치를 목표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 회복 및 복원 계획을 위한 지원금을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영농형 태양광을 가장 활발하게 보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영농형 태양광 모듈 하부에서 농경을 지속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 20년간 발전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농지법 등 관련된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 하에서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은 최장 8년에 불과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수명이 약 25년 이상인 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이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 발전단가(LCOE)를 올려 재생에너지 전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영농형 태양광을 위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2020년 6월에는 박정 민주당 의원이 같은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작년 3월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하는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기동마을 발전소의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는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은 “발전소 수익금으로 마을의 행정업무를 보완하고 복지 혜택을 늘려 주민 만족도가 높다”며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위한 금융 지원책 등을 더욱 늘려 주민들의 편의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농촌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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