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에서 권총 강도 살인사건을 피의자 이승만이 2일 오전 대전 동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기 전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사건발생 21년 만에 붙잡힌 ‘대전 국민은행 강도’ 이승만(52)이 “언젠가 죗값을 받을 줄 알았다”며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승만은 2일 오전 대전 동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언론 인터뷰에서 그간 혐의를 부인하다 자백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검은색 점퍼에 마스크를 한 채 취재진 앞에 선 이승만은 인터뷰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21년 만에 검거된 심정에 대해 “지금 죽고 싶은 심정밖에는 없다”고 했다. 완전 범죄를 꿈꾼 것이냐는 질문엔 “그건 아니다. 죄송하다”며 “저로 인해 피해를 받으신 경찰관분, 운명을 달리하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대전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 이정학(51)이 2일 오전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대전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정학은 취재진의 질문에 "유가족에게 깊이 사죄드린다"고 짧게 답했다. [연합]

같은 시각 대전 둔산경찰서에서는 공범 이정학(51)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 씨는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나타나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깊이 사죄한다”고 답했다. 이씨는 21년만에 붙잡힌 심경에 대해선 한숨 끝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범행을 시인하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라타 자리를 떠났다.

2001년 대전 경찰관 총기 탈취 및 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 사진. 왼쪽부터 이승만, 이정학. [대전경찰청 제공]

이승만과 이정학은 경찰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 따라 신상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다.

이들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 차량을 검은색 그랜저로 막아선 뒤 저항하던 김모(당시 45세) 출납 과장에게 경찰이 사용하는 총기인 38구경으로 실탄을 발사해 살해하고서 현금 3억원을 들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 2달여 전인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들이받은 뒤 빼앗은 권총을 범행에 사용했다.

검은색 그랜저는 범행 3주 전인 12월 1일 경기 수원에서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된 차량을 훔친 것이었다.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이사건은 2017년 10월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범행에 사용한 차 안에 있던 마스크와 손수건에서 유전자 정보(DNA)가 발견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충북지역 불법 게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나온 유전자와 해당 유전자가 같은 것을 확인하고, 5년 동안 게임장 관련자들을 조사해 지난달 25일 이승만과 이정학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