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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부담 버겁다”...끝내 경매법정으로…응찰자 넘쳐나도 낙찰가율 ‘지지부진’
서울아파트 8월 낙찰률 36.5%로 ‘우하향’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손바뀜은 많지 않아

#.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법 경매7계. 감정가 9억 6200만원짜리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1차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응찰자만 29명에 이르렀다. 권리관계 깨끗한 서울 아파트에 최근 실거래가 대비 감정가도 낮았던 만큼 많은 응찰자가 몰렸다.

하지만 낙찰가는 예측을 크게 벗어났다. 응찰자 모두가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침체를 우려해 몸을 사린 탓에 낙찰가는 8억 3000만원에 그쳤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6.28%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경매 흥행 보증수표였던 서울 아파트도 이젠 옛말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집을 팔지 못해 경매 법정으로 오는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반면,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우하향곡선을 보이고 있다.

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8월 아파트 경매진행 건수는 74건이다. 올해 1월 35건이던 것과 비교해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올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일반 매매를 통해 소화되던 물건들이 매수세가 끊기며 결국 법원 경매까지 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 물건이 증가하고 있지만,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부진하다. 최근 조정을 받는 부동산 시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아파트 8월 낙찰률은 36.5%를 기록했다. 10개의 물건이 경매가 진행됐을 때 약 3개만 매각이 이뤄진 것이다. 올해 꾸준히 낙찰률이 50%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실제 지난달 30일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삼성동 아이파크 2채(감정가 50억원·51억원)와 서울 잠원동 신반포청구(감정가 25.5억원) 경매 물건에는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

낙찰가율도 올해 꾸준히 100% 주변에서 맴돌던 것과 다르게 8월에는 가장 낮은 93.7%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응암동 힐스테이트 매각건에서 1위와 2위의 가격차가 크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해당 물건 응찰에서 2위는 1위보다 가격차이가 8000여만원을 낮게 7억 5150만원(감정가 대비 78.12%)을 응찰가격으로 써냈다.

해당 아파트는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9억 9500만원에 매매된 것이 마지막 손바뀜이다. 해당 거래보다는 경매를 통해 1억 6000여만원 싸게 샀다고 볼 수 있지만 낙찰자를 뺀 28명이 7억 5150만원(2위 가격) 이하를 응찰가격으로 써냈다는 점에서 1위가 최근 집값 하락세를 눈치채지 못하고 ‘오버페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사례는 이날 또 나왔다. 올해 경매 중 가장 많은 응찰자 수 2위에 해당하는 물건이 나왔음에도 낙찰가율이 겨우 99%에 머물렀다. 감정가 2억 3300만원짜리 마포구 공덕동 36㎡(전용면적) 오피스텔은 응찰자 수만 63명에 이르렀지만 2억 3220만원(낙찰가율 99%)즉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이날 공덕동 오피스텔을 낙찰받기 위해 경매에 참가했다는 한 30대 변호사는 “틈새 상품이라 생각하고 와봤는데 응찰자 수에 놀라고 낙찰가율에 한번 더 놀랐다”며 “낙찰을 받아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가격대가 높은 강남에서는 응찰자가 없고, 응찰자가 많은 강북 아파트에서도 대부분이 응찰가격을 최근 실거래가보다 크게 낮게 써냈다는 점에서 경매시장이 꺾인 것은 틀림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통상 경매 신청 후 법정에서 매각되기까지는 최하 6개월이 걸리는 만큼 최근 진행된 물건들은 본격 금리 인상 전 경매절차에 들어온 물건이라 봐야 한다”며 “금리 인상 여파는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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