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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장면 그릇 가져가던 옛날이 그립다” 배달음식 플라스틱에 ‘철그릇’ 등장, 무슨 일?
서울시와 배달 플랫폼 4사는 다회용기 지원 서비스 '제로 식당'을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2주 동안 배달음식만 먹은 뒤 모은 쓰레기 사진과 '제로 식당'에 사용되는 '잇그린'의 다회용기.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옛날에는 짜장면 한 그릇만 시켜도 배달원들이 다 회수해갔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방식이 친환경적이었네요.”

‘그때’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배달 플랫폼과 서울시가 ‘특별한 실험’에 나섰다. 강남구를 시작으로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배달음식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유도한다. 주문자가 선택하면 스테인리스 소재 다회용기에 음식이 배달된다. 식사를 마친 뒤 용기를 집 앞에 두면 회수된다. 설거지를 할 필요도 없다. 회수, 세척 모두 전문업체가 담당한다.

서울시와 배달 플랫폼 4사는 29일부터 다회용기 사용을 위한 ‘제로 식당’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해 시범 사업에는 요기요만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땡겨요까지 함께한다. 서울 강남구를 시작으로 9월 관악구, 10월 광진구와 서대문구 일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참여 음식점 수는 지난해 70여곳에서 올해 500여곳까지 늘어난다.

서울시·배달 플랫폼 4사 '제로 식당'에 사용되는 스타트업 '잇그린'의 스테인리스 다회용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진행된 시범 결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이 기간에 ‘요기요’ 한 곳에서만 총 6만7000건의 다회용기 이용이 발생했다. 그동안 업계는 회수비용, 위생 우려 등으로 소비자 호응이 크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요기요 시범 사업 분석결과, 다회용기 도입 매장 전체 주문 중 다회용기 주문율은 일평균 약 25%에 달했다(지난해 12월 기준). 주문율은 매주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 1월 이용률은 시범 사업 초기인 10월 대비 약 478% 증가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지난 4월부터 참여 기업 확대 및 다회용기 주문 시스템 개발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소비자는 배달 앱 카테고리, 배너를 통해 다회용기 사용 음식점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 식사 후에는 다회용기를 집 앞에 놓고 가방에 부착된 QR 코드로 회수를 신청하면 된다. 별도 보증금이나 추가 비용은 없다.

요기요는 지난해 10월부터 '다회용기' 사용을 지원해왔다. 다회용기 시범 사업지역에서 앱을 이용하면 '다회용기' 카테고리 메뉴를 통해 지원 음식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요기요 앱 캡처]

‘배달그릇 회수’에 옛날 ‘짜장면 배달’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그때와는 프로세스가 다르다. 기존에는 음식점에 배달기사가 직접 고용된 체제였기 때문에 소비자가 배달이나 회수에 따른 비용을 따로 부담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배달시장이 성장하면서 배달기사는 음식점을 떠나 배달 대행업체, 배달 플랫폼 등에 소속돼 여러 음식점의 배달을 도맡게 됐다. 배달이 중간 업체로 외주화되면서 회수에도 비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시와 배달 플랫폼 4사의 다회용기사업 핵심은 회수·세척을 담당하는 전문기업이다. 요기요·서울시 시범 사업을 진행했던 ‘잇그린’이 다시 맡았다. 기존 ‘생활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택배업체, 배달 대행업체, 실버 택배업체 등과 제휴를 맺었다. 해당 업체들이 기존 배송·배달업무를 수행하며 인근의 다회용기를 수거해 모아두면 이를 잇그린이 다시 회수해 세척하는 방식이다. 일정 시간 안에 반납되지 못한 배달용기는 잇그린이 자체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회수한다.

현재 회수에 따른 비용은 서울시와 잇그린이 부담하고 있다. 회수 및 세척에 건당 3000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는 서울시 사업비로 형태로 잇그린의 수익을 보전해 소비자 부담비용이 없다. 장기적으로는 회수비를 따로 받거나 일회용기 사용에 일종의 ‘환경부담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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