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안정적 생산 이후 수출 확대해야 손익분기점
전기차 플랫폼 완성·관련 설비 투자에 수천억원 소요
KG그룹 곽재선 회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관계인집회가 끝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관계인집회에서 쌍용자동차 회생결의안이 가결돼 KG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확정됐다. [연합]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쌍용자동차가 인도 마힌드라의 투자 거부 2년 4개월 만에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지난 2004년 상하이차 인수 이후 18년 만에 국내 기업 품에 안기며 부활의 전기를 마련했지만, 수출 확대와 전동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쌍용차 회생계획안이 회생채권단의 95.04%의 동의를 얻어 법원의 인가를 얻어냈다. 이로써 쌍용차는 회생 절차 개시 1년 8개월 만에 KG그룹에 인수됐다.
매각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쌍용차는 9월 초 약 564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조달되는 자본은 변제 대상 채권 8186억원 중 인수대금으로 납입한 365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익채권의 변제와 운영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자산 규모 5조3460억원으로 재계 순위 71위(공정거래위원회 기준)를 달리는 KG그룹의 인수로 쌍용차는 경영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KG그룹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우선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토레스’의 안정적인 생산과 판매가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는 강인한 인상의 디자인에 힘입어 6만대 이상의 누적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이 계약 물량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의 원활한 수급이 이뤄져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 등 경쟁업체가 반도체 공급난으로 출고 지연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활한 부품 수급과 생산 관리가 쌍용차의 시장 점유율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 차체라인. [쌍용차 제공] |
수출 물량 확대도 시급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작년 기준 147만대로, 전 세계 승용차 시장(8131만대)의 약 1.8%에 불과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수출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반해 쌍용차는 작년 국내 판매 5만6363대, 수출 2만8133대에 머물렀다. 손익분기점은 한 달에 1만3000대, 1년에 약 16만대를 팔아야 넘을 수 있다. 쌍용차는 2015년 루블화 폭락으로 철수했던 러시아 시장을 대체할 수출시장으로 칠레를 비롯한 중남미를 주목하고 있다.
전동화 전략을 빠르게 정립하는 동시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도 필수적이다. 쌍용차는 브랜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내놨지만, 내연기관 기반의 파생형 모델이라는 한계점과 배터리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을 경험했다. 향후 출시가 예정된 ‘U100’이나 ‘KR10’ 역시 내연기관 기반이라 주행거리나 공간성 측면에서 경쟁사 모델 대비 불리하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와 협업을 통해 개발 중인 전기차 플랫폼 출시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기차 모델의 개발과 이를 생산하는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협력업체의 전기차 전환과 관련 정비 인력 확보도 부담이다. 일각에선 KG그룹이 인수 대금 외에 추가 비용으로 1조원을 더 투입해야 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전동화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며 “내년에 전기차가 나올 것이고 전기차 플랫폼 출시도 이른 시일 내에 준비해서 (전동화 전략 실행을) 차곡차곡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