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온 현지 합작공장 건설 속도…신공장 계획도
포스코케미칼 등 소재 기업도 진출 박차…中 의존도 ↓
최윤호(오른쪽 첫번째부터)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가 지난 25일 삼성SDI 충남 천안사업장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SDI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방한 중인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가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만나 현지 배터리 공장 건설에 대한 논의에 전격 나섰다. 삼성SDI는 올해 말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미국 내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이번 회동으로 공장 건설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추가 기회를 갖게 된 한국 배터리 업계가 발빠르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SDI 인디애나주 공장 가동 앞당기나=삼성SDI는 지난 25일 홀콤 주지사 일행이 삼성SDI 충남 천안 사업장을 방문했다고 26일 밝혔다. 최 사장은 홀콤 주지사 일행과 동행하며 삼성SDI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소개했다. 양측은 또 공장 설립 계획 등을 점검하고, 주정부 차원의 지원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지난 5월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코코모시에는 이미 스텔란티스의 부품 생산 공장이 가동 중이다. 양측은 인디애나주가 새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당초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올해 말 착공을 시작해, 2025년 1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초기 연간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시작해 33GWh로 확장한다는 목표도 세웠었다.
업계는 이번 주지사 방한과 삼성SDI 사장 회동으로 향후 현지 공장 가동 시기가 당겨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의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현지 공장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삼성SDI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최윤호(왼쪽 세번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에릭 홀콤(왼쪽 첫번째) 인디애나 주지사 등이 지난 25일 삼성SDI 충남 천안사업장에서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제공] |
▶IRA, 韓 배터리·소재 기업 호재?=IRA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최대 보조금인 7500달러(약 1000만원)를 모두 받기 위해서는 북미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관련 광물과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 한다. 각 비율은 매년 더욱 엄격해진다. 사실상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이다.
업계에선 IRA 발효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격차를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열렸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삼성SDI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이미 발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현지에 공장을 구축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에 총 13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가장 먼저 건설을 시작한 오하이오 1공장은 이달 말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최근 합작 4공장 건설 부지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포드와 켄터키·테네시에 총 129GWh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2025년부터 순차 가동이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합작2공장 조감도. [얼티엄셀즈 제공] |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인 중국 CATL이 북미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 아직 구체화하지 못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생산기지가 일부 갖춰지는 2024년 이후에는 미국 현지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를 압도하는 결실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등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 역시 이번 IRA 발효로 수혜가 예상된다.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막강하지만, 추격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지난 6월 발표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량의 70%, 85%를 각각 차지했다.
국내 소재 기업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GM과 캐나다 퀘벡에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13조7696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케미칼이 GM에서 수주한 양극재 규모는 총 2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에코프로비엠은 SK온, 포드와 손잡고 북미 양극재 생산 시설을 공동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3사는 연내 공동 투자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하반기 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