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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2세 스포츠선수 보는 재미

최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각종 스포츠 종목 선수였던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이어 스포츠스타로 자리 잡은 선수가 상당히 많다. 필자가 처음 스포츠종목을 취재하던 무렵에는 이렇게 ‘부자(父子) 부녀(父女), 모자(母子) 모녀(母女) 선수’가 많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물론 정보가 많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스윙이 정말 아름다웠던 켄 그리피 주니어와 약물로 범벅된 오명을 뒤집어쓴 배리 본즈가 생각난다. 그들의 부친 켄 그리피 시니어와 보비 본즈의 플레이를 보지는 못해서 그 위상을 비교하긴 어려웠지만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를 대를 이어 뛰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를 이은 야구부자 가족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고, 심지어 3대가 이어 뛴 메이저리그 종가(?) 레이 분-밥 분-애런 분 가문도 있었다는 걸 알고는 경악하기도 했다.

부자(父子)선수들의 현역시절을 모두 보게 된 것은 필자의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많아졌다. 프로농구만 해도 김영기 총재-김상식 감독 정도가 모두 스타급 선수였던 대표적인 예였지만 이후 이준호-이종현, 박상관-박지수(여) 등 국가대표 가족이 등장했고, 지금은 코트와 방송가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허재 감독-허웅, 허훈 부자가 활약 중이다. 이들만 해도 아버지들의 플레이를 지켜본 데 이어 그 자녀의 활약을 보게 되니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스포츠 DNA의 무서운 힘을 느끼기도 한다.

프로축구에서는 레전드 차범근 감독과 아들 차두리가 모두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경우다. 차 감독이야 1970~ 80년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세계 최고의 무대인 분데리스리가를 떨게 했던 선수였으니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아들 차두리 역시 독일에서의 선수생활이 아버지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선수 후반기에는 수비로 포지션을 바꾸고도 아버지를 빼닮은 가공할 스피드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밤잠을 설치며 분데스리가 중계로 차범근의 플레이를 보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프로야구에서도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그의 아들 키움의 이정후가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리그를 평정했다. 아버지 이종범은 해태와 기아에서, 그리고 일본 주니치에서 빠른 발과 남다른 콘택트 능력,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으로 최고의 선수가 됐다. 아들 정후 역시 모든 팀이 탐내는 타자로 성장해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아버지 선수들을 인터뷰해보면 대부분 “자식에게 운동은 시키고 싶지 않다”는 답변이 90%가 넘었던 거로 기억한다. 물론 “정 원한다면 지원해주겠다”고 여운을 남기지만.... 사실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스타선수로 활약하는 상황에서 그 자녀가 그 운동을 하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TV만 틀면 아버지가 펄펄 날고, 좋아하는 선수들이 자신을 조카처럼 대해주고, 그 종목이 너무도 익숙해지는데 자신에게 소질이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여건이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최고의 스승이 한집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도움을 받고 교정을 하기 쉬울까. 물론 혼나기도 많이 혼나겠지만....

지금도 많은 종목에서 대를 이은 선수들이 등장하고, 프로로 걸음마를 떼기도 한다. 아버지를 넘은 선수도 있지만 아버지의 그늘에 묻힌 선수 역시 많다. 그러나 이런 ‘2대 스포츠 가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스포츠의 스토리는 한결 풍성해질 것이다. 또 어떤 선수의 자녀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지 한 번 뒤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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