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고도화로 韓 추격
양국 수출경합도 상승
주력산업에까지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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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문영규 기자] 한중 양국의 무역은 1992년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 중국은 수출 등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가 됐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에 비교우위 기술을 가친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비교적 값싼 우리 제품을 기반으로 제조업을 성장시키는 윈윈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 사이 중국은 산업 고도화 및 하이테크 육성 전략을 펼치며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를 추격해왔으며 수교 30년을 맞은 현재는 한국의 주력 산업에까지 어깨를 나라히 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은 최근의 대중 수출 변화를 단지 새정부의 미중 외교전략이나 중국 젊은세대들의 ‘궈차오(애국소비)’ 열풍 등 정치·문화적 요인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철저히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기초로 대중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유럽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이를 감지한 기업들은 몇년 전부터 탈중국 러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무역수지는 이달까지 넉달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처음에는 중국의 봉쇄정책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지금은 중국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인식해야 한다는 관측이 중론이 됐다. 이처럼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주요 시장에서 두 나라 간 경쟁은 심화되는 실정이다. 2011~2018년에는 미국에서, 미중 분쟁 이후 2018년부터 현재까지는 아세안(동남아) 시장서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양국 수출경합도지수(ESI·1에 가까울수록 수출구조 유사)는 2011~2018년 중 미국에서 0.248에서 0.303으로 상승했으며, 2018~2021년은 아세안에서 0.398에서 0.427로 증가했다.
문제는 한국 대표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는 최근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선단 공정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산 수율 등 세부적인 알려진 바는 없고 상용화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동안 중국이 가지지 못했던 10나노 미만 초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조금씩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하고 견제하는 모습에서도 이같은 경계감이 드러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의 기술 탈취와 이후 수반된 저가공세로 국내 업계의 산업 전략마저 수정하게 만들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로 급성장했으나 이후 중국 BOE가 2003년 하이디스(현대전자 LCD사업부)를 인수하고 기술력을 빠르게 높이고 여러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으며 내수시장을 점령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대적인 저가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시장에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는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며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대중 무역수지에 직격탄이 됐다. 반도체는 올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기타집적회로반도체는 지난해 상반기 6000만달러 흑자에서 9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LCD도 상반기 수입이 4억5000만달러에서 12억9000만달러로 3배 급증, 무역수지도 17억4000만달러에서 8억3000만달러로 감소했다.
중국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CATL(세계 1위)와 BYD(3위)를 필두로 글로벌 배터리 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전기차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며 우리나라에서도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올 상반기 국가별 자동차 수입국 중 중국은 독일, 미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중국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뿐 아니라 조선업도 언제 중국에 추월 당할지 모르는 상태다. 작년에는 3년 만에 중국에 전세계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우리나라가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중국보다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 조선소들은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스마트조선소로 우리보다 더 빠르게 전환하고 있어 추격은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뿐 아니라 중국은 폴리실리콘 등 자원 이점을 내세워 태양광 등 전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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