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조지아 공장 조기착공 검토로 대응
전기차 전환 어려운 국내 부품업체 도태 우려도
“미국 내 반대 세력과 연합해 법안 지연시켜야”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시행으로 전기차 산업 재편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미국과 우호국 중심의 공급망에 산업 역량을 집중시키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출발점이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정부가 외교・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당초 2025년 완공 예정이던 미국 조지아 주 전기차 전용공장의 착공시기를 내년 상반기에서 연내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착공시기를 앞당기면 2024년 하반기에는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시행으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차 가격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750달러(약 1000만원) 가량 비싸지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한해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조지아주는 최근 팻 윌슨 경제개발부 장관을 한국에 파견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업계는 조지아주 정부가 공장이 지어질 서배너 지역의 도로와 상하수도 등 인프라 구축을 보다 빠르게 진행하는 방안을 제안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현대차와 기아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도 대대적인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북미지역에 진출해 있는 국내 부품업체의 수는 총 298곳에 달하지만, 이 중 현대차와 기아와 동반 진출한 기업은 40~50여 곳에 그친다. 자력으로 진출한 나머지 부품업체들 역시 전기차 부품 생산을 위한 투자에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자금력이나 인력 부족으로 전기차 전환에 엄두를 못내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6개월 이상 전기차 현지 생산을 앞당기려면 당장 미국 업체로 공급처를 바꿔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많은 수의 부품업체들이 도태될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3사도 단기적으로는 중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반사이익을 보겠지만 핵심 광물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 법안의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제련 과정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칠레나 호주 등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며 “그러려면 광산 채굴권을 확보하고 친환경 제련 공법을 파트너사와 개발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에 따라 향후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우선 외교적 노력을 통해 시간을 벌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IRA 법안이 해외 기업에 대한 차별로 판단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가능성을 내비쳤고, 박진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RA 법안은 미국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많은 법인 만큼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미국 내 반대 세력과 연합해 최대한 법안 시행을 지연시키거나 예외 조항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