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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영의 현장에서] ‘복마전’ 치닫는 깜깜이 ESG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S&P500 ESG지수에서 제외되자 일론 머스크 CEO는 “ESG는 사기”라고 분노했다. 이를 지켜본 국내 한 기업 임원은 하소연하듯 말했다. “테슬라고, 머스크니깐 반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성장 질주 기업에 팬덤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는 CEO가 아닌 이상 ESG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사 사기일지라도 너무 거대해져서 그 자체로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ESG 평가는 여기저기서 내놓는데 대체 어떤 기준으로, 왜 그런 결과를 내놓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ESG라는 용어는 새로울지 몰라도 ESG는 그동안 쭉 투자업계에 존재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국부펀드가 환경오염이나 전쟁 관련 기업을 투자 목록에서 제외해온 것은 유명하다. 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경영 같은 개념도 익숙하다. 부동산업계에선 녹색건축 인증이 존재해왔다. 하지만 ESG라는 용어가 대두되자 혼란이 시작됐다. E(환경)과 S(사회), G(지배구조) 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는 가치들을 하나로 묶어 등급을 평가하다 보니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

ESG보고 표준을 만들겠다고 나선 기관만 전 세계에 GRI, CDP, SASB 등 4~5곳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협력과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회계공시 표준을 만드는 IFRS까지 나서서 산하에 ISSB를 구성했다. 자본시장에서의 IFRS 위상을 고려하면 ESG보고 표준 정립의 효율성과 영향력은 높아지겠지만 기존 재무보고서에는 담지 못하는 기업활동의 비재무적 요소를 들여다보겠다는 ESG 취지에 IFRS가 숟가락을 올리는 게 바람직한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때문에 ESG가 기관별 밥그릇 싸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ESG 평가기관은 수백곳이 넘는다. 하지만 평가 항목과 심사 방식, 결과 도출 과정 등을 상세히 밝히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같은 기업을 놓고 상이한 결과가 나오기 부지기수다.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얼핏 생각하면 환경오염 때문에 ESG 점수가 낮을 것 같지만 일부 기관은 지역사회 지원정책을 높이 평가해 S 부문 점수를 후하게 줘 등급결과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부문별 가중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테슬라가 생산하는 전기차를 친환경제품으로 분류해 E를 높이 평가하는 기관도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점수를 낮게 주는 기관도 있다. ESG 평가방법은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결과도 상이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왜 다른지 모른다는 것이다. ESG 평가를 박하게 받은 기업은 평가방법을 모르니 개선방안을 찾기 어렵다. 투자자들도 ESG를 실제 투자 결정에 반영하기 힘들다. ESG지수나 이를 추종한 ETF, 펀드가 결국 전체 지수 시가총액 비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결과적으로 ESG평가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게 된다.

ESG가 잘 팔리는 기획상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셈이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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