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7500억원 이상 투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외부 투자를 벌이고 있는 SK가 올 들어서도 이를 위해 벌써 7000억원 이상의 자금 집행을 결정했다. 전기차(EV) 충전·배터리·반도체와 수소, 차세대 원전이라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단행됐는데 이들 업종의 공통분모는 ‘그린 비즈니스’다.
투자전문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 E&S 등 그룹 계열사에 따르면 8월 현재 그룹 외 기업을 대상으로 총 7건의 지분투자 및 경영권 인수가 이뤄졌다. 지난 3월 SK E&S가 미국 전기차 충전기업인 에버차지를 인수했을 때만 투자금액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를 제외하더라도 투자 규모가 7490억원에 달한다.
SK와 아톰파워가 지난 17일 경영권 인수 협약식을 체결했다. 협약식에 참가한 김무환(왼쪽부터) SK㈜ 그린투자센터장, 라이언 케네디 아톰파워 최고경영자, 강동수 SK에너지 S&P 추진단장. 아톰파워의 회로차단기 집결패널(왼쪽)과 스탠드형 EV 충전기. [SK 제공] |
SK㈜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 18일 미국의 에너지솔루션 기업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아톰파워는 지난 201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설립된 에너지솔루션(전력의 생산·소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 전문 개발업체다. 아톰파워는 전력반도체로 제어되는 회로차단기(솔리드스테이트 서킷브레이커)를 개발, 미국 내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아톰파워의 차단기는 전기차(EV) 충전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충전기마다 개별 차단기를 필요로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여러 소형 차단기를 1개의 중앙패널에 집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면적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톰파워의 에너지솔루션 기술력은 SK가 국내외 에너지솔루션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내연기관차 고객을 대상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던 SK에너지는 아톰파워의 충전 기술을 활용, EV 고객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5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만든 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테라파워는 2008년 게이츠가 설립한 기업으로 차세대 SMR의 한 유형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한 원전 업계의 혁신 기업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방한한 빌 게이츠와 직접 만나 보건 및 SMR 등의 협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최 회장이 SMR 사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원전이 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SMR은 전통 원전의 취약점인 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고 경제성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사업 진출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특히 테라파워의 SFR 기술은 기존 SMR보다 안전성·경제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최근 플라스틱 업체인 원폴을 인수했다. 지분 100%를 113억원에 인수했는데, 원폴은 플라스틱 생산 뿐 아니라 폐플라스틱 재활용에도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투자 결정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지구중심적’이라는 뜻을 담아 사명을 바꾼 SK지오센트릭은 최근 폐자원 순환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SK E&S는 미국 청록수소 기업 모놀리스 머티리얼즈에 33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친환경 부문이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본사를 둔 모놀리스는 청록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인 열분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업화 단계에 접어든 공정기술을 갖추고 있다. SK㈜도 지난해 모놀리스에 투자를 결정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SK E&S는 모놀리스의 청록수소 기술 경쟁력과 SK E&S의 수소 사업 역량을 결합,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SK E&S는 모놀리스와 아시아 사업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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