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구성 비판
SK하이닉스 우시 라인 모습[SK하이닉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협의체에 참가하면 ‘지는 게임’?”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의 한 매체가 한국의 해당 협의체 가입이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최근 차이나데일리는 논평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협의체가 실현될 경우 미국은 이기는 거래를 하겠지만, 한국과 일본은 지는 거래를 하게 될 것”이라며 “대만의 경우 오랫동안 확립된 수익성 있는 사업이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목적에서 칩4 협의체가 결성될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경우 얻게되는 이점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미 반도체로 세계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협의체는 실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협의체의 본질적 목적이 미국이 고급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도 설명했다. 차이나데일리는 “미국 워싱턴이 최근 520억달러 반도체지원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칩4 협의체를 결성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장려해 대만에서 미국으로 고급반도체 기술을 이전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대만을 지정학적 게임의 볼모로 보기 때문에 이미 대만으로부터 자원을 빼앗기 시작했다”고 날을 세웠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
한편 최근 로이터 통신은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회의 시기와 장소를 비롯한 세부 사항은 여전히 미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한국·일본·대만에 제안한 칩4에 대해 중국이 자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한 만큼, 일단은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국내 업계는 칩4 움직임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미국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지원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현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당 법은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에 향후 10년간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기존 시설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지인 중국 시안 공장에선 세계 낸드플래시의 15%(삼성 생산량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의 D램 생산량도 전 세계 생산량의 15%(하이닉스 생산량의 절반 수준)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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