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별 20만대 보조금 한도 폐지
현지 생산 확대·공급망 다변화 박차
기아 EV6 생산라인. [기아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효되면서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존 제도에서는 약 72종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번 규정 변화로 대다수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되면서다. 폭스바겐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앞당기는 가운데 전기차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효되면서 약 70%의 차종이 당장 보조금 대상에서 배재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5종은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고, 폭스바겐그룹, 벤츠 등은 각각 1종의 차량만 보조금 대상에 포함됐다.
기아 미국 법인은 현지 딜러사들에 보낸 서한을 통해 “경영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파괴적인 법안이고, 우리 고객에게도 큰 불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 역시 내년부터 사실상 거의 모든 전기차가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과 경쟁관계에 있는 폭스바겐그룹도 “우리 그룹에선 아우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1종만 보조금을 받게 된다”며 “우리 사업과 고객에게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내년 1월부터는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이를 배제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존 보즈젤라 AAI 회장은 "전기차 구매 시 연방 세액공제를 받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랜드별로 누적 판매 20만대까지만 보조금을 지급하던 한도를 폐지한 것도 미국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상당수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테슬라와 GM은 이미 전기차 판매량 20만대를 넘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반면 기아 등 후발 주자들은 여전히 세액공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제도 개편은 테슬라 등 이미 시장을 선점한 회사에만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 법안의 세부사항을 파악함과 동시에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 생산 모델을 확대하고,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폭스바겐은 지난달 말부터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전기차 모델 ‘ID4’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된 양산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GM과 포드는 각각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지어 부품 공급망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역시 2025년으로 예정된 미국 내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 계획을 앞당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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