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성장세를 R&D 투자가 못 따라가
원재료·임금·이자 등 상승 부담 여파
기술 초격차 기조에 맞춰 R&D 투자 확대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유럽 출장 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국하는 모습. 김지헌 기자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술 초격차’를 강조하며 연구개발 중요성을 거듭 언급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성장하는 매출만큼 R&D 투자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7.9%로 2년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8.5% 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치다.
5년 간 추이를 보면 2018년 상반기 7.4%에서 2019년 9.3%, 2020년 9.8%까지 올랐으나 이후 지속 내리막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도 155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매출 증가세만큼 R&D 투자가 보폭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등으로 각종 비용 등이 늘어나며 부담이 커지고 향후 경기침체 등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원재료 등의 사용액 및 상품 매입액 등은 지난해 상반기 42조2180억원에서 올해 56조9314억원으로 34.9% 늘었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가격은 전년 대비 약 58% 상승했고, 카메라모듈 가격은 약 10% 상승했다.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주요 원재료 중 반도체 웨이퍼 가격은 전년 대비 약 4% 올랐고 디스플레이 연성회로기판(FPCA) 가격도 약 19% 상승했다.
급여 역시 같은 기간 13조3012억원에서 15조2610억원으로 14.7% 증가했다. 금융비용의 경우 환율이나 이자의 경우 수익과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하지만 이자비용만 따로 놓고 보면 1707억원에서 2723억원으로 59.5% 늘었다. 이는 상반기 매출 증가율인 20.1%보다 높은 수치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 서울 R&D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R&D 투자는 2018년 상반기 8조7844억원에서 올해 12조1779억원으로 매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전자는 R&D에 22조5964억원을 지출했지만 애플은 220억달러(약 29조원)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들도 비슷하다. 삼성전기도 올해 R&D 비중이 5.7%로 전년 5.4% 대비 비중이 확대됐으나 2018년 6.6%에서 조금씩 하향세를 보였다. 삼성SDI도 2020년까지 8.3%로 올랐으나 올 상반기 5.9%로 점차 하락했다.
R&D 비중은 감소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와 경쟁사들의 비용 절감에도 삼성전자는 투자 확대가 지속 이어지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R&D 투자는 매출보다 몇 년을 선행하는 것인데 삼성은 경기하향 시점에 매출이 다운턴할 것을 알면서도 투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줄지 않고 계속 투자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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