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회의 주재 등 통해 ‘뉴삼성’ 전략 실행
반도체 등 핵심 사업 생산 현장 찾을 가능성↑
지배구조 개편 통해 안정화 필요, 보험업법 변수
450조 대규모 투자, 인재 채용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 보탤 것”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 전경. [테일러시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복권으로 ‘5년 취업제한’이 풀리면서 본격적인 ‘출근 경영’ 행보가 예상된다. 주요 사업장을 직접 챙기는 현장 행보가 빨라지는 것과 동시에 준법경영의 핵심인 지배구조 개편까지 ‘뉴 삼성’을 향한 전략들이 더욱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복권 후 서초 사옥 집무실 등에 출근하면서 경영활동에 전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을 비롯해 삼성 계열사 사장단을 만나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복귀하면 일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활동 참여의 폭이 넓어진 만큼 향후 정기적으로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핵심 과제들을 챙길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지난 6월 20일 유럽 출장 직후 열린 사장단 회의에는 이 부회장이 참석하지 못했다.
그룹의 주축 사업인 반도체는 이 부회장의 경영·민간외교 역량이 절실한 분야다. 최근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심화되는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칩4(팹4)’ 협력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교의 ‘지렛대’로 삼성의 역할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복권 결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월 경기도 수원사업장 글로벌기술센터(GTC)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수뇌부와의 밀접한 접촉을 통한 전략 구상과 함께 현장을 찾는 행보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현장을 찾았던 것은 지난 5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도 평택캠퍼스를 방문하면서 행사 준비 상황을 직접 챙겼다. 지난해 1월에도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에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선행기술 개발 상황을 점검했고 전날에는 수원사업장에서 네트워크 장비 생산라인을 둘러보기도 했다.
핵심 사업인 만큼 반도체 사업장을 가장 먼저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아직 착공식이 열리지 않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 현장도 방문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가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경영상 난제인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후 오너 일가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반의 소유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정기 회의를 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찬희 위원장을 중심으로 올해 초 출범한 위원회 2기는 3대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도 조만간 위원회와 만나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개편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삼성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개편 관련 용역을 발주했지만 최종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변수로 꼽히는데, 계열사 지분을 3% 이내로 보유할 수밖에 없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법이 시행되면 지분(현재 8.51%)을 팔아야 한다.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지분을 제한하면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규모 지분 매각시 소액주주 피해도 예상된다.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도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앞서 삼성은 향후 5년 간 450조원(국내 360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혁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실현에 기반이 되는 투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월 경기도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EUV 전용라인을 확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반도체 분야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파운드리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시스템반도체에서도 ‘초격차’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시장 선도업체인 대만 TSMC를 앞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통해 처음으로 기술에서 추월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한 ‘기술 초격차’를 통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위 달성을 위해 달린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분야 역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달릴 전망이다.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가 부재했던 삼성은 이 부회장의 복귀로 혁신성장을 위한 M&A 논의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5년 간 8만명을 채용하기로 한 삼성은 내달 초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도 진행한다. 연평균 1만6000명 수준이다. 삼성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강조한 인재제일 이념을 계승하고 있으며 ‘뉴삼성’ 실현을 위한 바탕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2일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며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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