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광장] 양자시대 국가측정표준기관의 역할

바야흐로 양자의 시대다. 언론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양자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 기업들이 양자 연구에 뛰어들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 로드맵의 수립에 나서고 있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의 국가측정표준기관들은 새로운 양자생태계에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측정표준기관은 최고 수준의 양자 제어기술을 통해 국제단위계(SI)를 실현함으로써 양자기술의 수혜자일 뿐 아니라 견인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죠셉슨 효과는 전기 단위 구현의 기초가 됐고 이를 통해 축적된 기술은 양자컴퓨터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노벨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와인랜드(David J. Wineland)와 서지 아로슈(Serge Haroche)의 업적은 “물질과 빛의 개별 양자계의 측정과 제어를 통해 양자컴퓨터와 양자 광시계를 실현하는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이처럼 측정표준과 양자기술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발전해왔다.

때마침 2019년 국제단위계(SI) 7개 기본 단위 중 4개 단위(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및 몰)가 양자기술에 기반한 기본 상수로 재정의됐다. 과거 측정량이 표준과 부합하기 위해 국가측정대표기관을 정점으로 하는 복잡한 계층적 연쇄 교정을 통해 소급성을 확보해야 했다면 이제 원리적으로 누구나 어디서나 과학 법칙에 따라 표준을 실현할 수 있다. 변화된 지형에서 국가측정표준기관은 새로운 도전과 광범위한 기회를 만나게 된 것이다.

양자기술을 이용해 현장에 표준을 직접 배포하고 실현하는 연구는 다양하게 이뤄져 왔으며 일부는 상용화까지 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초소형 원자시계 개발기술을 확보해 산업체로 이전했으며 죠셉슨 전압, 양자홀 저항, 소형 키블 저울의 개발 및 보급 연구도 활발하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았다. 양자 표준장비의 설계, 구축, 운용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난해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측정에 대한 새로운 신뢰성 보장 방안은 필수적이다. 현장에서의 운용 오류를 막기 위해 측정 및 제어의 자동화를 확장하고 국내 및 국제 비교를 통한 품질 보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새로운 숙제가 될 것이다.

측정표준을 양자기술의 혁신과 산업 응용을 위한 지원으로 확장하는 것도 국가측정표준기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미 차세대 시간 표준을 실현하는 양자광시계가 상대론적 측지, 암흑 물질 탐색이라는 첨단 기초과학 연구에 활용되고 있지만 새로운 양자산업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요청도 증대할 것이다. 양자산업 생태계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시험 및 평가를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 범위는 개별 양자를 생성 검출하는 새로운 장비에서부터 그래핀과 같은 신물질에 대한 탐구에 이르기까지, 양자암호통신과 같은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에서부터 양자컴퓨팅과 같은 성숙 중인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를 통해 국가측정표준기관은 양자기술의 광범위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측정표준과 양자기술은 미래에도 상호 선순환구조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sjpar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