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인앱 결제’ 의무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입법적·행정적 보완을 논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결제 수수료가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콘텐츠 사업자들이 이용권 금액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앱결제 정책이 자유시장에서 용인해야 하는 경쟁전략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정’이라는 가치를 생각해보자. 구글의 정책은 국내 콘텐츠 관련 사업자를 불공정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음악 분야를 예로 들어보면, 모회사가 구글인 유튜브 뮤직은 인앱결제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소비자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국내 사업자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그렇다면 소비자가 저렴한 서비스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또한 음악 분야는 사업자들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신탁단체들과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라 정해진 비율로 저작권료를 낸다. 문제는 국내사업자와 해외사업자가 실무적으로 각각 다른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앱수수료 문제는 현실적으로 국내사업자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국내 사업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운영을 위해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해외사업자와의 경쟁을 고려하면 가격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권리자와 저작권 산정 기준을 협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권리자, 사업자, 소비자 모든 구성원이 상생을 위한 협의를 해야 하는데, 정작 수수료를 받는 구글은 상생에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누구를 위한 상생인지가 고민되는 이유다.
특정 사업자가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산업내 경쟁이 약화되고 서비스의 다양성이 감소한다. 시장을 장악한 사업자는 권리자와의 계약에서도 점차 그 힘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권리자가 보호받고 존중받기보다는 협상에서 약자가 되어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인앱결제 수수료는 어느 한 시장참여자의 이익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공정경쟁에 관한 문제이다. 글로벌 공룡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러한 정책은 다른 형태로 반복되고 결국 자국 시장을 장악할지도 모른다.
권리자의 입장에서 정당한 보상은 중요한 가치이다. 그렇다고 불합리한 경쟁으로 인해 시장 불균형이 발생하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까지 감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 시장이 작아지면 권리자의 시장도 당연히 줄어든다. 이는 시장의 발전에 반하는 것이며, 시장 참여자의 입장에서 원치 않는 결과다. 시장 공정의 룰을 깬 구글의 정책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공정경쟁시장 형성을 위한 각 계의 협력과 논의가 필요하다. 권리자, 사업자, 소비자 모두가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이 문제가 한 사업자의 개별 정책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독점적 지위로 인해 이미 국내 콘텐츠 유통시장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대급부로 해외 서비스가 부상하면 이는 국내 서비스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상생을 위한 업계 스스로의 협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국회의 행동을 기대한다.
최광호〈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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